모럴 해저드(moral hazard)는 도덕적 해이가 아니고 도덕적 위험이다
전문가들은 당시 “월가 금융기관이 실패하면 정부가 보상해줄 거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도덕적 해이’ 위험을 경고했다.
– 매일경제 2021. 2. 26
위 기사는 moral hazard가 틀리게 번역되어 쓰이고 있는 전형적인 예다. 기업이 경영을 잘못하여 망하게 된 때 정부가 도와주면 기업들은 더욱 대충 경영을 하게 될 거라는 취지의 내용이다. 즉 해이의 주체는 의무를 방기하는 계약 등의 당사자다. 그러나 hazard는 danger 즉 ‘위험’이라는 뜻이지 ‘의무를 게을리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 위험의 주체는 선의의 당사자다.
이 용어는 보험법에서 나오는 말이다. 보험자 즉 보험회사는 피보험자 즉 보험 가입자가 사고를 겪으면 보상금을 준다. 근데 피보험자는 도덕적 의무를 다하지 않고 보험금을 받을 목적으로 스스로를 위험에 처하게 할 유혹에 빠질 수도 있다. 이때 부담하게 되는 보험자의 위험을 가리키는 게 바로 모럴 해저드다. 이걸 도덕적 해이라고 번역을 하게 되면 듣기엔 그럴싸하지만 리스크가 비난 가능성으로, 그 주체도 개념도 엉뚱하게 뒤바뀐다.
그렇다면 은행이 경영을 제대로 하지 못하여 망하게 된 때 위험 확산을 막는다는 논리로 공동체 구성원이 낸 세금을 쏟아 부을 경우 모를 해저드의 주체 즉 위험은 구체적으로 누가 지게 되는 걸까?
This time a popular view being expressed by many commentators is that bank depositors, even big sophisticated businesses with large uninsured deposits at risk, can’t be expected to police how their banks behave.
– the wall street journal 2023. 3. 17.
위험은 공동체 전체로 퍼지게 된다. 사태의 본질을 누군가의 부도덕한 ‘일탈’로 보냐 선의의 ‘피해’로 보느냐 하는 전혀 다른 문제의 이해와 접근 방법의 차이에 이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