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상황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어느 일이라도 깊게 들어가다 보면 결국 삶의 이치와 맞닿아 있는 걸 알게 된다. 바둑도 그렇고 야구도 그렇고 농사도 그렇다. 그러니 한 분야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낸 사람은 그 인성의 완성과는 별개로 삶에 대한 철학은 남다르게 될 가능성이 크다. 가정을 꾸리는 일도 금융상품을 매매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곤란을 겪게 되면 문제 해결을 위해 하나의 방법에 집착하게 된다. 초보 트래이더는 뭐 하나만 있으면 다 될 거 같은 망상에 빠진다. 그러면서 많은 기술 지표들을 하나씩 이용해 가며 손해를 보고 검증해 나간다. 유튜브에 나오는 어느 사람의 추천이나 신호만 있으면 당장이라도 떼돈을 벌 거 같은 착각을 하기도 한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인 화목한 가정을 꾸리는 일에서도 그런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아픈 사람이 있어서 집안이 휘청거릴 땐 사람만 아프지 않으면 좋겠다 생각하고 돈이 없어 곤란을 겪을 땐 돈만 있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거 같다. 애가 사고를 치고 다닐 땐 그저 자식이 얌전히 공부만 열심히 하면 더 바랄 게 없을 테지만 삶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사람들이 제게 무엇이 가장 시급한 문제냐고 물을 때마다 저의 답은 항상 이렇습니다. 가장 시급한 것, 가장 서둘러 돌파해야 할 문제란 가장 시급한 문제를 찾는 그 일을 피하는 것이다.
– 재러드 다이아몬드 캘리포니어 주립대학교 교수, 한겨레 2021. 7. 22.

위기의 상황은 대체로 입체적인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제일 시급한 무언가 하나만 처리해서 상황이 나아지기는 힘들다. 하나만 어떻게 해서 나아질 수 있다는 오류에서 빠져나오는 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