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장애인의 권리 투쟁
장애인은 사회적 약자다. 약자들이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뭉쳐야 한다. 뭉쳐서 법을 만들게 하고 그 법을 지키게 해야 한다.
약자들이 자신들을 보호하는 법을 만들게 하는 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국회의원들로 하여금 무언가를 하게 하는 행위다. 이러한 투쟁의 대상은 법적으로는 어떻게 하기가 어려운 부작위다. 부작위의 부당함을 법으로 다투려면 상위법이 하위법에 구체적으로 유보를 한 경우에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헌법에 장식적/선언적으로 규정된 것만으로는 국회의원들에게 부작위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장애인들이 지금보다 더 자유롭고 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도록 해 달라며 지하철역에서 무리 지어 타고 내리며 많은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다. 장애인 한 명이 지하철에 타고 내리는 건 문제될 게 없지만 업무를 방해할 고의를 가지고 서로 교감하며 집단적으로 그런 행위를 반복/지속적으로 하는 건 형법이 정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한다.
다만 합법적인 방법으로 정당한 요구를 했는데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극단적이고 불법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 물론 그에 따르는 책임과 비난은 감수해야 한다. 그러니 시위방식을 문제 삼는 시민을 탓하지 마라. 직접 불편을 겪은 사람들에게는 분노할 권리가 있다. 시민의 분노는 변화의 원동력이다. 모든 시민이 장애인의 처지에 공감하고 기꺼이 불편을 감수한다면 정치인들은 미동도 하지 않을 것이며, 결국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출근길을 방해받은 시민의 분노와 비난이 들끓은 결과, 정치인들이 부랴부랴 휠체어를 타고 머리를 깎으면서 비로소 행동에 나서는 것이다. 다만 그들의 목적이 장애인 처우개선인지, 아니면 ‘나는 장애인 시위를 비판한 어떤 정치인과는 다르다’는 차별화 전략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 장애인 차별과 혐오는 뿌리 깊은 역사다. 하지만 장애인 배려와 공존 역시 뿌리 깊은 역사다. 한쪽만 있고 다른 한쪽은 없다고 한다면 왜곡이다. ‘충분히 배려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
– 장유승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원 연구교수, 경향신문 2022. 4. 28.
우여곡절 끝에 장애인들의 삶을 더 좋게 하는 법이 만들어지기라도 한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그 뒤로도 가야 할 길은 멀고 험하다. 강제할 수 없는 법은 타오르지 않는 불꽃과 같고 법 위에서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 법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과 싸워야 한다. 우리 눈으로 보기에는 장애인들의 천국처럼 보이는 미국에서도 이 문제는 현재 진행형인가 보다.
Frustrated that many hotelwebsites didn’t post accessibility details, as federal regulations require under the 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 (ADA), she began trolling the internet for local inns to sue, even if she had no intention of visiting them. The Supreme Court can deal with this problem concisely in Acheson Hotels v. Laufer, a case being argued Wednesday. Ms. Laufer considers herself an ADA “tester” and has filed 600 lawsuits. But as the hotelier says, she lacks standing to sue under the classic legal test.
– the wall street journal 2023. 10. 3.
미국에는 장애인법이 있다. 다발성 경화증 때문에 휠체어를 이용해야 하는 사람이 호텔에서 묵으려 했는데 우리 공동체보다야 낫겠지만 미국에서도 휠체어 이용자들을 위한 배려가 완벽하진 않은 모양이다. 그래서 장애인법을 어기고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시설을 구비하지 않은 수 백 개의 업체들을 대상으로 소를 제기했다는 기사다.
참고로 위 사례에서 대상 숙박 업소에 구체적으로 묵을 의사 없이 제기한 소는 원고의 당사자 적격standing이 인정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