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유행하는 오렌지 껍질 테스트

A tip for all the lovers out there: If your beloved asks you to bring them a peeled orange, do it.
– the wall street journal 2024. 2. 12.

사랑하는 사람에게 해 보라는 테스튼데 주로 여자들이 한다. 오렌지 껍질을 까다 달라고 부탁해 보는 거다. 첨엔 저게 뭐 하는 ㅂㅅ 짓들인가 미국 여자들은 참 관계에서 주체적이지도 않네 했지만 보다 보면 묘하게 빠져들다 나중엔 성찰하는 바가 생긴다.

오래 전에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이 있었다. 당시 사귀던 친구가 읽으라고 권해서 읽다가 바로 집어던졌다. 비디오를 보고 먼저 이 책이 생각났다. 물론 여자들이 손톱 가꾸는 데에 많은 공을 들이고 비록 오렌지가 우리네 귤보다는 까기가 무척 심란하긴 하지만 그래도 칼을 쓰던지 오렌지 필러를 쓰던지 자기가 알아서 까먹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문제는 완전히 다른 데에 있다.

비디오를 본 뒤 나이를 꽤 먹고 사랑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면 예전과 분명히 다른 게 있다. 바로 ‘따지는’ 거다. 예전에는 많이 따졌다. 여자는 단세포적이고 지능이 낮아서 바둑을 제대로 두는 여자들이 거의 없네 남자는 합리적이네 어쩌네. 뭐 맞는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단순한 남자와 여자의 관계가 아니라 그게 남녀 사랑의 관계라면 좀 더 초월적일 필요가 있을 수도 있다.

그나마 나는 예전에도 관계를 고차원적으로 유지하려 노력은 했어서 예를 들어 수퍼마케트, 백화점 기타 쑈핑에서 몇 시간씩 아내의 꽁무니를 따라다니는 정도는 쉽게 수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렌지는 얘기가 좀 다르다. 나는 오렌지 껍질 까는 게 싫어서 더 비싼 천혜향을 사다 먹는 사람이니 말이다. 그러니 곰곰이 생각을 해 본다. 지금의 나는 테스트틀 통과할 수 있을까? 내가 사랑하는 그녀의 의식은 어느 선까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나는 그녀의 편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 될 수 있을까?

변명 같지만 그건 단순히 사랑의 총량과는 약간 동떨어진 결과를 낼 수도 있을 거 같다. 따라서 평소에 관계에 대해 의식하고 고민하고 만반의 준비도 갖추고 살도록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때론 짜증스럽고 번거롭기도 하겠지만 저 사랑스러운 그녀들의 만족스러운 미소들을 보라. 분명 남는 장사이니 전략적일 필요는 충분하다. 세상살이 다 그렇지 사랑이라고 뭐 다를 거 있겠나. 비디오에도 나오는 말이지만 따지고 보면 여자의 자립심을 키우는 건 아버지의 역할이지 남편이나 애인의 그것은 아니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