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부조화
갈등은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피하고 싶어하는 나쁜 느낌이다. 양립할 수 없는 관념, 인지, 행위를 시간의 차이를 두고 경험하게 되면 나중의 경험을 할 때 불편한 마음을 갖게 되며 이를 해소하는 노력을 하게 된다. 이와 관련된 두 개의 구체적인 사례들이 유명한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리언 페스팅어leon festinger의 논문들에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어 있다. ‘페스틴저’나 ‘페스팅거’라고 읽는 사람들도 있지만 바른 발음은 ‘페스팅어’다.
많은 사람들은 이 이론을 그저 자기합리화나 이솝우화의 신 포도 얘기 수준으로 설명하고 이해하지만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 ‘사이비 종교’ 사례when prophecy fails, 1956는 비교적 쉽다. 종말의 날을 예언한 사이비 종교의 교도들이 예정된 종말의 시간이 되어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자 자신들이 속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신이 지구(참고로 위 종교는 싸이언톨러지였음)를 멸하려는 계획을 취소했다고 받아들인 실제 사례다. 관념의 오류를 인정하지 않고 분명한 사실을 왜곡하는 경우다.
‘지루한 행동’ 사례cognitive consequences of forced compliance, journal of abnormal and social psychology, 1959는 논의의 차원을 달리한다. 피실험자들로 하여금 단순하고 지루한 행동을 충분히 하게 하여 해당 실험에 대해 객관적이고 분명한 인식을 하게 한 뒤 실험이 끝나고 해당 실험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유익하고 좋았다고 거짓으로 의견을 밝혀 달라는 부탁을 하며 이들을 셋으로 나누어 첫째 그룹에는 $1를 사례비로 주고 둘째 그룹에는 당시의 가치로는 꽤 큰 금액이었을 $20을 주고 나머지 그룹은 대조군으로 사례 없이 그냥 둔다. 마지막으로 이들에게 실험에 대해 솔직한 평가를 해 달라고 했을 때 의외의 결과가 나온다. 상식적으로는 큰 보상을 얻은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했을 거 같지만 $1 그룹에서만 긍정적인 평가가 의미 있는 수준으로 높게 나온다. 보상을 받지 못한 사람들과 큰 보상을 받은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작은 정도magnitude의 인지부조화를 경험하고 약간의 보상을 받은 사람들은 강하게 인지부조화에 빠지게 된다. 왜 그럴까?
절대 그럴 리가 없다? 그 말을 누가 제일 많이 하는지 알아요? 사기사건 피해자들. … 그 사람들이 왜 그 소리를 먼저 하는지 알아요? 사기꾼 새끼를 믿어서? 아니. 자기 판단이 틀렸다는 걸 인정하기 싫어서. 그 말이 사실이면 지금까지 보고 싶은 거만 보고 듣고 싶은 거만 들은 자기 자신이 바보 멍청이라는 걸 인정해야 하니까.
진범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