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에 나오는 피의 의미
율법에 따르면 피로써 깨끗해지지 않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피 흘리는 일이 없이는 죄를 용서받지 못합니다.
– 히브리서 9:22
피는 더러운 것을 깨끗하게 한다. 그리고 피는 속죄를 의미한다.
야훼 앞에서 수송아지를 잡아라. 그 수송아지의 피를 손가락에 찍어 제단 뿔에 바르고 나머지 피는 모두 제단 바닥에 부어라. 그 내장의 모든 기름기와 간에 붙어 있는 기름 덩어리와 두 콩팥과 그 기름기를 모두 꺼내어, 제단 위에서 살라 바쳐라. … 그 숫양을 잡고 피를 가져다가 제단을 돌아가며 주위에 뿌려라. 그 숫양의 각을 뜬 다음 내장과 다리를 씻어, 각을 뜬 고기와 머리 위에 얹어놓아라. 이렇게 그 숫양을 제단에서 통째로 살라라. … 그 숫양을 잡고 그 피를 찍어 아론과 그의 아들들의 오른쪽 귓바퀴 끝에 발라라. 또 그들의 오른손 엄지가락과 오른발 엄지가락에 발라라. 또 제단을 돌아가며 피를 주위에 뿌려라. 또 제단에 있는 피와 성별하는 기름을 가져다가 제복을 입고 나선 아론과 그의 아들들에게 뿌려라.
– 출애굽기 29:11~21
위 구절은 사제가 임직하는 의식을 설명하는 거다. 선혈이 낭자한다. 유태인들만 저랬던 건 아니다.
희랍의 신전에서도 신에게 동물의 피를 보이고 일부를 태워 향을 나게 하여 신이 흠향하게 하고 …
– 논어한글역주 3, 김용옥
피는 제물을 뜻하기도 한다.
나에게 희생제물의 피를 바칠 때 누룩 든 빵과 함께 바쳐서는 안 된다. 또한 축제 때 나에게 바친 기름기를 다음날 아침까지 묵혀두어서도 안 된다.
– 출애굽기 23:18
보듯이 피는 성서에서 대체로 좋은 뜻을 갖는다. 출애굽을 하기 전날 유태인들은 문틀에 피를 발랐다. 그러면 이걸 본 야훼는 그 집 사람은 죽이지 않고 지나쳤다고 한다. 그래서 이걸 기념하는 날을 과월절過越節 또는 유월절逾越節이라 한다. 건너뛴다는 뜻이다.
하지만 피를 더러운 거로 이해하기도 했다. 우선 피는 먹지 말라고 했다.
이것은 너희가 어디에 살든지 지금부터 지켜야 할 규례이다. 너희는 기름이나 피를 먹지 마라.
– 레위기 3:17
그리고 특히 여자의 피를 불결하게 여겼다.
야훼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일러라. ‘여자가 아기를 배어 사내아이를 낳았을 경우에는 한 주간, 월경하는 동안 부정하듯이 부정하다. 팔 일째 되는 날에는 아기의 포경을 잘라 할례를 베풀어야 한다. 그리고 여인은 삼십 일하고 삼 일간, 피로 더러워진 몸이 깨끗이 되기까지 집에 있어야 한다. 거룩한 물건에 결코 닿으면 안 된다. 기간이 차서 몸이 깨끗하게 되기까지 성소에 들어가지도 못한다. 계집아이를 낳았을 경우에는 두 주간, 월경하는 동안 부정하듯이 부정하다. 그리고 피로 더러워진 몸이 깨끗하게 되기까지 육십육 일간 집에 있어야 한다.
– 레위기 12:1~5
잘못한 거 없이 아픈 것도 억울한데 무슨 폐기물 취급까지 받아야 하니 여간 서러운 일이 아니다.
여인이 피를 흘리는데, 그것이 월경일 경우에는 칠 일간 부정하다. 그 여인에게 닿은 사람은 저녁때가 되어야 부정을 벗는다.
– 같은 책 15:19
엄밀하게 말하면 여자의 피를 더럽게 여긴 게 아니라 여자의 성기를 통해 나온 그것을 불결하게 취급했다. 이러한 피가 동물의 몸 속을 도는 그것과 다르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