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순자산비율을 높이는 방법

주가순자산비율을 높이는 방법은 간단하다. 이 값을 계산하는 데에 분모인 자본 총계를 줄이면 된다. 이렇게 하려면 자기 주식을 사면 된다. 자기 주식은 흔히 자사주라고도 하는데 회계에서 정식 이름은 전자이다.

자기 주식을 매입하면 자본에 자본 조정으로 계상되어 자본이 줄어든다. 자산에서는 현금이 나간 거로 계상되어 줄어든다. 회사의 돈이 나가서 덩치가 줄어든 것이니 회사로서는 나쁜 일이다. 부채는 그대로인데 자산과 자본이 같이 감소하니 심지어 부채 비율은 올라간다. 그런데 그 나간 돈은 사실상 주주들에게 간 것이니 주주로서는 좋은 일이다. 따라서 회사가 자기 주식을 사면 대체로 주가가 오른다. 반대로 주가를 올리려면 자기 주식을 사면 된다. 이렇게 간단한데 주가순자산비율과 주가가 모두 낮은 회사들은 왜 있는 걸까?

모든 주주들이 주가로부터 이익을 취하는 건 아니다. 어느 회사의 대주주는 주식을 팔 생각이 없다. 대신 회사의 재산을 어떻게든 이용해서 먹고 살려고 한다. 이런 경우라면 주가는 낮더라도 회사의 자본 구체적으로는 현금이 많은 게 좋다. 횡령하기 좋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면 많은 소액 주주들의 이익에는 반한다. 그러면 소액 주주들은 힘을 모아 회사로 하여금 자기 주식을 사라고 하면 된다. 근데 이게 가능하려면 두 가지가 전제되어야 한다. 우선 회사에 현금이 있어야 한다. 당연히 건실한 회사에 투자해야겠지. 둘째는 대주주 또는 그의 우호 지분이 절대적이지 않아야 한다.

우리나라 많은 상장 기업들의 주가순자산비율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낮다. 위의 두 가지가 전제된 회사들인데도 그런 경우들이 흔하다.

“포스코는 세계적인 철강회사로, 이미 글로벌 경쟁력이 있다. 그러나 이 경쟁력이 유지되려면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1년간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가 1주당 순자산의 몇 배로 매매되고 있는지를 보는 주가 기준)은 0.4배 수준으로 낮다. 우리는 이런 저평가 원인 중 하나가 환경·사회·거버넌스를 고려한 경영(ESG)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 한겨레 2023. 3. 2.

이는 북한 때문도 아니고 제도가 나빠서 그런 것도 아니며 그저 주주들이 주가순자산비율의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하고 저렇게 멍청해서 그런 거다.

반면 기업이 번 돈을 재투자하는 것은 국가 경제에 모든 면에서 좋다.
– 신장섭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교수, 매일경제 2021. 12. 20.

그 배경에는 저렇게 헛소리를 늘어놓는 전문가들이 있다. 애플의 자본 총계는 꾸준하게 줄고 있다. 맥도널드도 비슷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미원상사라는 회사가 자기 주식을 많이 산다. 당연히 주가는 잘 오른다.

When you are told that all repurchases are harmful to shareholders or to the country, or particularly beneficial to CEOs, you are listening to either an economic illiterate or a silver-tongued demagogue (characters that are not mutually exclusive).
– shareholder letter of berkshire hathaway 2022

회사가 자기 주식을 사는 게 주주나 공동체에 해롭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경제에 일자무식이거나 혀만 놀리는 선동가들이라는 워런 버피트의 일갈이다.

U.S. stocks have received support from a key source during 2023’s shaky market environment: companies repurchasing their own shares.
the wall street journal 2023. 2. 27.

주식 시장이 어수선할 때 기업들의 연이은 자기 주식 매입이 시장의 지지 역할을 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다. 제목은 Corporate Stock Buybacks Help Keep Market Afloat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