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잘못을 따지기 어려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오랜 관계
경상북도만한 나라 하나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 때문에 지구가 시끄럽다. 팔레스타인이라는 나라는 이스라엘 영토 안에 있다. 그것도 둘로 나뉘어 있다. 한반도에서처럼 경계를 두고 분리되어 있는 게 아니라 서로 다른 두 개의 지역으로 떨어져 있다. 대충 봐도 제대로 된 나라라고 할 수 없다. 그들 가운데 하나는 가자 지구gaza strip이고 다른 하나는 서안 지구west bank라고 한다. stip은 길고 가느다란 모양을 뜻한다. 가자 지구가 길쭉하게 생겨서 그렇게 부른다. bank는 둑이라는 뜻이다. 서안 지구가 요르단강의 서쪽에 있어서 그렇게 부른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건 전자인데 여기를 하마스라는 정당이 지배하고 있다. 서안 지구 사람들은 비교적 온건하며 이스라엘의 영향력이 크지만 가자 지구는 조금 다른다. 하마스는 호전적인 집단인 현대적인 의미의 정당이라고 하기에는 좀 애매한 구석이 있어서 우리나라 언론들은 정파라고 부른다. 그저 정치적 집단들 가운데 하나라는 의미로 그 존재를 축소하여 칭하는 거다. 그리고 싸움박질을 일삼는다는 뜻으로 앞에 무장을 붙여서 무장정파라 한다. 영어권 언론들은 political organization이나 group으로 칭한다.
최근 일어난 일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지만 하마스가 하는 짓들은 지금 우리의 상식을 훌쩍 넘어선다. 내가 굳이 ‘지금’이라고 한 이유는 우리 역시 50년 전쯤에는 베트남에서 비슷한 짓들을 했기 때문이다. 가자 지구는 사실상 하마스라고 보면 된다. 물론 전자의 안에는 후자의 사상과 행동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후자가 전자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가자 지구 즉 팔레스타인 영토의 반에서 사는 사람들의 극악무도한 성정을 일반화하는 것도 사실 큰 무리는 아니다. 근데 그렇게 놓고 보면 이스라엘 사람들도 별 다를 거 없다.
가자지구를 점령한 이스라엘군은 비무장 상태의 팔레스타인 민간인 275명을 벽에 일렬로 세운 뒤 기관총을 난사해 살해했다.
– 한겨레 2023. 10. 28.
길을 가는데 모르는 여자를 어떤 남자가 막 때렸다. 그럼 그 넘은 그냥 나쁜 넘인 거다. 간단한 문제다. 하지만 둘 사이의 싸움이 수 천 년 동안 이어져 왔다던가 둘이 아닌 여러 당사자들이 한데 엉켜 싸움을 벌이고 있다면 이런 경우들에 대해서는 옳고 그름을 따지기가 거의 가능하지 않다. 어떤 원인에는 그 위에 또 다른 원인이 있고 그 앞에는 또 있고 끝도 없이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독일이 많은 유태인들을 죽인 뒤 후자는 지금의 이스라엘로 모여 당시 살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내쫓고 나라를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서양의 강국들이 힘을 보탰다. 여기까지 놓고 보면 미국, 영국, 이스라엘이 그냥 나쁜 넘들이다. 근데 지금의 이스라엘 땅은 구약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원래 그 사람들 땅이 맞다. 그렇다면 시비의 잣대는 어디까지 가져다 대야 하는 건가? 국제법? 강제할 수 없는 규범은 타오르지 않는 불꽃과 같다. 모두 하나 마나한 소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