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의 시효는 사형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제77조 (형의 시효의 효과) 형(사형은 제외한다)을 선고받은 자에 대해서는 시효가 완성되면 그 집행이 면제된다. <개정 2023. 8. 8.>

제78조 (형의 시효의 기간) 시효는 형을 선고하는 재판이 확정된 후 그 집행을 받지 아니하고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른 기간이 지나면 완성된다.
1. 삭제 <2023. 8. 8.>
– 형법

공소 시효야 자세하게 그 내용까지는 몰라도 대부분 들어는 봤을 거다. 하지만 형의 시효는 아는 사람들이 드물다. 형에도 시효가 있어서 형의 선고를 받은 뒤 어떠한 이유에서든 형의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고 시효가 완성되면 그 집행은 면제된다. 형의 시효가 완성되는 건 드문 일이다.

위의 두 조들은 같은 날 개정되었다. 개정 되기 전에는 사형에도 시효가 있었다.

법조계 안팎에선 30년이 지나면 구금 역시 중단되느냐를 놓고 “30년이 지나면 석방해야 한다” “사형 대기는 시효가 진행되지 않아 계속 구금할 수 있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한겨레 2023. 4. 8.

사형의 시효가 완성이 되면 사형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문제되었다. 실제로 사형의 시효가 완성될 일이 생겼다. 자기 마누라가 여호와의 증인에 나간다고 거기 교회에 가서 불을 지른 원 아무개가 있었다. 15명을 죽게 하고 25명을 다치게 했다. 1993년 11월 사형 판결이 내려졌고 2023년 11월 그 시효가 완성될 예정이었다.

우리 공동체는 사실상 사형 폐지 국가다. 사형이 선고된 죄수는 그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러다 보니 언젠가는 저런 일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저 사람을 시작으로 그 보기 힘든 형의 시효 완성이 그것도 사형의 시효 완성이 앞으로는 줄줄이 이어지게 생겼었다.

논리적으로는 형이 면제되었으니 풀어 주는 게 맞다. 그치만 이러면 무기 형을 받은 죄수들보다 더 무거운 죄를 짓고도 사실상 더 가벼운 형을 받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 그러나 이는 다른 형을 선고 받은 경우에도 피할 수 없는 형의 시효가 갖는 본질적인 한계다. 사형에 대해서만 그 적용을 배제하는 건 논리적이지 않다.

원 아무개가 나가게 되니 부랴부랴 법을 개정하여 사형의 시효 완성은 가능하지 않게 됐다. 의과대학교에 들어가는 학생들 수를 늘리려 하니 온 나라가 난리다. 힘 없는 사람들을 더 힘들게 하는 법은 빠르게 만들어지고 개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