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의 오감도와 김해경의 조감도
이상의 오감도는 유명한 연작시다. ‘~호’라는 이름의 여러 시들로 이루어진 하나의 시 묶음이다. 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 교과서에 나왔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국어 수업 시간에 분명히 배우기는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고등학교 교과서에는 여러 종류들이 있었고 있으므로 내가 다녔던 학교에서 고른 교과서에 없었더라도 시험에 나올 만한 건 배워야 했고 배워야 한다.
오감도는 우리말로 낸 시다. 이상이 본명인 김해경이라는 이름으로 낸 일본어 연작시 조감도는 대부분이 모를 거다. 이상은 1934년 오감도를 발표하기 전인 1931년에 조감도를 발표했다. 따라서 烏瞰圖가 鳥瞰圖를 틀리게 쓴 거라는 주장은 조감도의 존재를 모르는 무지한 그것이다.
조감도는 여덟 편의 시들로 되어 있다. 첫 편은 ‘🞜두 사람….1….’이며 아래와 같이 시작한다.
그리스도는 남루한 차림으로 설교를 시작했다.
알 카포네는 감람산을 산째로 캐 갔다.
– 영원한 가설, 김동희 번역
역시나 알 수 없는 말들이 의식의 흐름을 고스란히 따라 기술되어 있다. 그나마 골치 아픈 기호들이 난무하지 않아 고마울 뿐이다. 제목에도 그렇지만 조금 나오긴 한다. 참고로 🞜 찾기 힘들었다.
‘영원한 가설’은 이상이 일본어로 낸 시들을 국문학자인 김동희 고려대학교 교수가 번역하여 책으로 엮은 거다. 일문학 전공자가 아니라고 우려할 필요는 없을 거 같다. 종종 국문학 전공자들이 번역한 외국 책들을 읽게 되는데 외국어를 전공한 사람들이 번역한 것들보다 훌륭한 경우들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