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자살을 자식에게 부정시키고 싶은 부모

오래전 친구의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화장 시설까지 함께했었다. 관이 고로에 들어가는 걸 보고 건물 밖으로 나가려는데 어디에서 날카롭고 미친듯이 울부짓는 어린 남자 아이의 울음이 갑자기 터져 나왔다. 꽤 큰 시설이었는데 온 건물이 울릴 정도였다. 난 잠깐 쟤 어디 좀 미친 애 아닌가 엄마나 아빠가 돌아가셨나 보다 했다. 지나치며 보니 고로 앞에서 가족들이 모여 고인을 보내는데 거기엔 선한 얼굴로 웃고 계신 할아버지 사진이 있었다. 순간적으로 내 의식은 아이의 슬픔에 이입되려다 아이가 할아버지와 보냈을 사랑의 시간들로 상상이 채워졌다. 할아버지가 얼마나 좋았으면.

아마 그 아이의 마음도 그랬지 않을까 싶다. 슬픔이란 그리도 극심한 고통이면서 그렇게 또 고마운 마음을 추억하게 해 주기도 하는 거다.

슬픔을 모르게 키우고 싶은가.
– 김지은 서울예술대학교 문예학부 교수, 경향신문 2023. 7.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