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관사의 생략은 어려운 문제
I Just Can’t Wait To Be King
the lion king에 나오는 노래 제목이다. 이렇게 세계적인 작품에 쓰인 노래가 그것도 가사가 아닌 제목에 틀린 문법의 문장을 썼을 리가 없다. 제목에서는 흔히 넓은 범위의 문법 파괴가 용인되는 거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맞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아니다. 가사에서도 같은 문장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맞는 문법이다.
분명한 지칭 대상의 경우
관사의 생략에 대해 우선 캠브리지 사전의 문법편을 살펴보자.
Articles
In informal conversation, we can sometimes omit articles (a/an, the) when they are obvious from the context and when we use them at the beginning of a sentence:
[The] Dog wants to go out. Can you open the door for him?
A: What are you looking for?
B: [A] Pen. Can you see one anywhere?
[The] Postman’s just been. There’s a letter for you.
이게 설명 다다. 일상적인 대화에서 그 지칭하는 대상이 분명할 경우 문장의 맨 앞에 위치할 관사는 생략할 수 있다는 거다.
관사의 생략은 우리에게 있어서의 띄어쓰기만큼이나 어려운 문제다. 나는 아직도 글을 쓸 때 네이버 사전을 띄워 놓고 수시로 띄어쓰기를 확인한다. 예를 들면 ‘띄어쓰기만큼이나’ 같은 경우다. ‘만큼’은 의존명사로 쓰일 때에는 그 앞을 띄어 써야 하지만 조사로 쓰일 때에는 그렇지 않다. 또한 ‘띄어쓰기’로 명사일 때에는 이들을 붙여서 써야 하지만 명사가 아닐 때에는 ‘띄어 쓰다’로 표기해야 한다. 어지간한 수준의 교육을 받지 않으면 이런 차이를 알기 어렵다. 영어에서도 마찬가지다. 관사 특히 그 생략은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에게도 골치 아픈 문제다.
직책, 관직의 경우
영어 문법은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이 쓴 책 등보다 우리말로 된 것들이 더 자세하다. 이는 대개 일본의 문법책들을 번역하거나 참고하여 오래전부터 가르쳐서 그렇다. 일본 사람들이 영어 사전들과 문법책들을 아주 자세하게 분석적으로 만들었었다. 관사의 생략만 해도 영어로 된 많은 문법책들을 들여다봤지만 위의 노래 제목을 설명하는 내용은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우리 문법책들에는 종종 나와 있다. ‘직책이나 관직 앞의 관사 생략’이라고. 맞다. 근데 좀 복잡한 사정이 더 있다. 흔히 문제되는 것은 president와 chair다.
As chair of the Federal Trade Commission, I’ve heard would-be merging parties make all sorts of commitments to be better corporate citizens if only we would back off from a lawsuit.
the wall street journal 2022. 12. 22.
‘he is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라고 쓰는 게 일반적인 표현이다. the는 자주 빠진다. 그러면서 설명하기를 미국의 대통령은 하나니까 빼도 된다고 한다. 말이 되는 듯하다. 그러나 이 문장을 보자.
I’m gonna be a mighty king.
위 노래에 나오는 가사의 일부다. 제목에서는 유일한 존재이고 가사에는 아니라는 말인가? 아래와 같은 문장도 흔히 쓰인다.
Sam is twenty-seven. He works in a bank as assistant manager.
– The New Cambridge English Course, Practice 1
부매니저가 고유한 직책도 아니다. 따라서 관사의 생략을 고유성에서 찾는 건 틀리다.
He is thief.
도둑이 직책이나 관직은 아니다. 물론 a(the) thief라고도 많이 쓰지만 위의 표현을 딱히 틀렸다 하지도 않는다. 나는 외국어 고등학교를 나왔는데 내가 학교에 다닐 때 서울대학교를 나오신 영어 선생님이 계셨다. 이분은 첫 수업 때 ‘영어는 과학이다’라고 말씀하셨다. 모든 것에 규칙이 있고 예외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고 하셨다. 내가 보기에 그 말씀은 틀리다. 어느 언어도 완전에 가깝게 규칙적일 순 없다. 인간의 사고 자체가 그렇기 때문이다. 영어에서 관사의 생략은 어쩌면 정답이 없는 문제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