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DI liability-driven investment

지난 12월 영국중앙은행이 채권을 사들이면서 ldi에 대한 기사들이 많이 떴다. 영국의 연기금 계좌에서 증거금이 부족해질 위험이 생겼는데 이에 대한 조치였다. 이러한 마진 콜 사태와 ldi 사이에는 무슨 관계가 있었던 걸까?

개념

ldi를 검색해 보면 채무연계투자라는 번역이 많이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사전적 의미만 나열해 번역한 것으로 이 이름은 이 투자 방식을 제대로 나타내지 못한다. 그러나 이를 대체할 마땅한 용어도 없다. 개념은 이렇다. 기금 운용은 일반적인 펀드 운용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일반적인 펀드는 벌면 버는 대로, 손해를 보면 본 만큼 제하고 돌려주면 된다. 수익을 확정하고 영업을 하는 건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사회복지적 목적을 위해 납입이 강제되는 연기금의 경우 납입 저항을 줄이기 위해 예측 가능한 수익을 제시해야 한다. 연기금은 정해진 금액으로 상환 압박을 받는다. 이러한 상환에 내몰리니 driven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상환은 운용자 입장에서는 채무로서 liability다. 그냥 단순하게 돈을 빌렸거나 해서 갚아야 할 돈이 있다는 의미의 채무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면 이해가 쉽질 않다.

연기금 운용은 상환액을 맞추지 못하면 안 되므로 헤지를 잘 해야 하는 동시에 상환액과 납입금의 차이를 메꿀 정도로 성과도 내야 하는 극한직업이다. 상환 금액은 이자율과 인플레이션 그리고 특히 납입자들의 수명에 특히 영향을 많이 받으므로 정교하게 예측할 수 없다. 연기금 운용 수익은 비교적 꾸준한데 상환액은 유동적이다. 특히 받을 사람들은 많은데 낼 사람들은 줄어드는 펀딩 갭이라는 한계 극복이 관건이다. 강제되는 납입이므로 국공채의 금리 수준으로는 납입자들은 만족하지 않는다.

여기까지가 기본 개념이다. 상환해야 할 금액에 종속되는 한계에서 투자를 한다는 게 핵심이다. 따라서 채무연계투자라는 용어는 이런 개념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거다.

영국중앙은행의 곤경

연기금 운용자는 연기금을 국공채에 투자하여 얻는 수익으로 상환을 맞출 수 없으면 다른 투자를 해서 더 벌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매입한 채권을 증거금으로 쓴다. 이건 어느 펀드 운용이나 대동소이하다.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를 하기도 하고 스와프 같은 파생상품들을 계약하기도 한다. 파생상품에 투자한다고 나쁜 거는 아니다. 일반적인 방법이며 필요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달리 대안도 없다. 문제는 지난 연말 금융 상황이 급변했는데 특히 채권 가격이 빠르고 급하게 떨어지니까 채권 가격으로 맞춰 놓은 증거금도 덩달아 줄어들어 마진 콜이 임박하게 된 거다. 그리고 그러한 채권 하락을 부채질한 게 트러스 내각이었다. 증거금 부족 사태를 막으려면 채권을 더 사서 증거금을 채워 넣어야 했는데 문제는 채권 가격 하락이 너무 공격적이었다. 영국중앙은행이 얼마나 매입을 지속할 수 있을지 시장은 의문스러웠고 디폴트까지 내몰리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생겼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ldi만의 문제도 아니었고 ldi라서 문제였던 것도 아니다.

금융시장이 과격하게 움직이면 여기저기에서 다양한 형태의 문제들이 터져 나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평상시에는 눈에 띄지 않던 문제들을 밝은 곳으로 내모는 것은 경기 침체가 갖는 미덕이다. 마침 엉뚱한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영국의 새로운 내각을 구성했고 이쪽에서 에너지가 뚫고 나갈 균열점이 생겼던 거 뿐이었다. 무지막지한 세출과 전쟁으로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을 촉발했던 미국이 피를 면하고 독박을 씌울 호구가 제때에 등장한 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