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플래스틱 쓰레기가 아니라 탄소다.
일상에서 나오는 플래스틱 쓰레기들의 양은 보통 사람들로 하여금 죄의식을 느끼게 하는 정도로 많다. 사람들에게 물어 보니 80% 넘는 이들이 그러한 배출에 대한 규제를 찬성한다고 했다. 완전하게 틀린 인식이라 할 수는 없지만 상당 부분은 착각이다.
종이 빨대는 플래스틱 그것보다 몸과 환경에 더 해롭다. 잘 사는 나라 사람들은 가난한 나라 사람들에 비해 더 많은 플래스틱 쓰레기를 만들어 내지만 더 많이 재활용한다. 플래스틱 쓰레기를 회수하지 못 하고 순수하게 가장 많이 배출하는 나라는 인도이고 1인당 배출량으로 보면 아프리카의 나라들이다.
플래스틱을 많이 만들어 써서 환경이 더러워지고 우리가 조그만 조각을 먹게 되는 건 분명 문제다. 하지만 이 문제는 작은 문제고 탄소 배출이 많아지는 건 큰 문제다.
20년 전 쯤 어느 여름 나는 밤새 창문을 열어 놓고 잔 날을 셌다. 이틀이었다. 이 여름 에어컨을 켜지 않고 잔 날이 이틀 정도 되는 거 같다. 오래 전 여름 역시 낮에는 웃통을 벗고 동네를 다녔을 정도로 더웠지만 잘 땐 선선했다. 겨울 양수리에 가면 강이 얼어서 강 건너까지 썰매를 타고 오가며 놀았다. 동상은 달고 살았다. 지금은 강이 완전히 어는 걸 상상할 수 없다.
이런 극적인 기후 변화는 우리 세대가 처음으로 겪고 있다. 그 두려움의 크기는 우리가 인류의 마지막 아닐까 싶은 생각이 종종 들 정도다.
우리가 동물처럼 살지 않는 한 세상은 더러워질 수밖에 없다. 안정된 상태의 화석 연료가 이용되어 기체가 되는 과정은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그것이다. 한정된 환경에서 엔트로피는 커질 뿐이다. 열역학 제2법칙이다. 고립되지 않은 환경에서 국지적이고 일시적으로는 엔트로피가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는 새로운 작업이 필요하고 이는 전체적으로 결국 엔트로피를 증가시킨다. 이미 커진 엔트로피를 작게 만드는 건 무척 부담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물리학자이자 천문학자이자 수학자였던 아서 스탠리 에딩턴은 누군가 열역학 제2법칙을 거스르는 이론을 가지고 있다면 망신당할 일만 남았으니 희망을 버리라고 했다.
But if your theory is found to be against the Second Law of Thermodynamics I can give you no hope; there is nothing for it to collapse in deepest humiliation.
– Arthur Stanley Eddington, New Pathways in Science
지구에서 가장 큰 탄소 포집 저장ccs Carbon Capture and Storage 시설이 2021년 아이슬란드에서 가동을 시작했다. 이 시설은 한 해에 4,000톤 정도의 이산화탄소를 모을 수 있는데 이 정도는 지구에서 배출되는 데에 고작 3초 정도 걸리는 양이다.
현재 존재하는 모든 식물들이 광합성하는 수준을 의미 있게 넘는 탄소 포집 기술은 자연의 섭리에 반하는 허구다. 온실 개스는 늘어날 뿐이고 지구는 계속 더워질 가능성이 크다. 지구의 기후가 극적으로 냉각되었던 때도 있었다. 화산이 큰 규모로 폭발했던 때와 커다란 유성이 떨어졌던 때다. 이러면 대기가 더러워져 햇빛을 반사한다. 물론 많은 생명체들은 죽는다. 일어난 적은 없지만 합리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경우가 하나 더 있다. 동시 다발적인 핵 폭발이다. 우리 세대가 빠져 나갈 구멍은 없다.
플래스틱 쓰레기는 가난한 공동체에서 더 배출하지만 탄소는 잘 사는 나라들이 더 뿜어 내고 있다. 우리의 문제는 플래스틱 쓰레기가 아니라 탄소다. 플래스틱 쓰레기는 눈에 보이지만 탄소 배출은 돌고 돌아 시금치 값으로 온다. 전자는 구체적이지만 후자는 추상적이다. 더 큰 문제의 실체가 흐릿하니 더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