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pair of와 a couple of의 차이

a couple of를 네이버 사전에서 찾아보면 ybm 올인올 idiom 사전 하나로만 검색이 되는데 ‘둘’이라는 뜻과 ‘두서너’ 등의 의미들이 설명되어 있다. a pair of와는 뭐가 다른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성질에 따른 구별설

pair는 모양이나 크기 등이 같은 대상들에만 써야 하고 couple은 그렇지 않은 것들에도 쓸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그럴 듯하지만 아니다. 심지어 구별해서 써야 한다고까지 한다. 역시 틀린 주장이다.

The trend is destructive, as a pair of events this week illustrate.

the wall street journal 2022. 12. 17.

보다시피 단순한 사건들을 나열할 때에도 그냥 ‘두 개’라는 뜻으로 쓰인다. 내가 찾아본 어떤 사전에도 동질적인 것에 pair를 써야 한다고 나와 있지는 않다. 차이는 다른 데에 있는데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 사이에도 사실 그것은 분명하지 않다. 우리말은 국립국어원이라는 정부 기관이 표준국어대사전과 어문 규범으로 뜻과 문법을 규율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다른 언어들에는 이런 체계가 없다. 정부가 나라말의 표준을 정하는 것은 무리한 시도인데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오는 많은 오류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수량에 따른 구별설

우선 a couple of 자체가 정식 표현이 아니므로 구어나 격식을 갖추지 않은 문장에만 써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a couple of는 a pair of와 같은 뜻으로 ‘둘’이라는 의미로 이용되는 것이 원칙적이며 예외적으로 ‘셋 이상의 몇몇, a few’로 쓰이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만 informal하다는 주장도 있다. 내가 보기엔 후자의 입장인 윅셔너리가 맞다. 만약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에게 아래의 문장을 두고 격식에 맞지 않다고 한다면 아마 이상한 소리 한다고 쳐다볼 것이다.

A couple of police officers appeared at the door.

동사의 일치에 대해서도 의견은 분분하다. a pair of는 단수 취급을 해야 하고 a couple of는 복수로 다루어야 한다는 주장위의 콜린즈이 있는가 하면 위의 기사와 같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복수 취급을 하는 경우도 있다.

언어는 사회적 도구다. 논리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언어를 구사하는 인간의 사고 자체가 늘 논리적인 게 아닌데 어찌 언어라고 항상 논리적이겠는가? 표준국어대사전에 보면 ‘찾아보다’는 합성동사라는 이름으로 하나의 동사로 나와 있고 ‘먹어보다’는 올라와 있지 않다. ‘먹어 보다’로 띄어서 써야 한다. 이런 단어와 문법을 누가 수용할 수 있겠는가? 우리야 그냥 무시하고들 쓰고 말겠지만 우리말을 배우는 입장의 외국인이라면 그야말로 괴랄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윅셔너리의 경우 단어의 논쟁적인 의미나 사용 방법에 대해서는 과거 저명한 저술에 나온 예문이 구체적으로 적시된다. 결국 언어에 대해 많이 고민한 사람들이 어떻게 써 왔느냐 하는 게 현재의 이용에 있어서 규범적 역할을 하는 거다. 그러나 이거는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우리말에는 적용하기가 어렵다. 우리말과 그 표기는 영어의 그것들과는 달라서 불과 50년 전의 문서만 봐도 보통 사람들은 읽고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그 변천이 심하기 때문이다. 한자는 뜻으로 표기되어, 말이야 달라졌을지언정 글은 수천 년 전의 그것과 지금의 그것 사이에 괴리가 거의 없다. 영어는 라틴어와 프랑스어 등에서 수백 년에 걸쳐 넘어온 것들이 많아서 최근 들어 갑자기 변하는 경향이 우리말에 비해서는 작다. 우리말과 글은 그래서 어렵고 이 짧은 글을 쓰는 동안에도 옆 모니터에 표준국어대사전을 띄워 놓은 채 몇 번을 입력하여 확인하고 있다. 달리 방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