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리스트 이중산의 결혼 축하 연주 저 무지개 너머
20년도 더 지난 거 같은데 나는 결혼할 사람과 신촌에 있었다. 저녁 식사를 하고 돌아다니던 중 거리 멀리에서 귀에 쏙 들어오는 전기 기타 연주가 들렸다. 가 보니 안쪽 거리에 조그만 무대가 있었고 고유성의 만화에서 봄직한 사람이 혼자 반주를 틀어 놓고 기타 연주를 하고 있었다. 연고전은 아니었던 거 같은데 무슨 축제가 열리고 있었고 신촌 여기 저기에 그런 무대들이 여럿 마련되었던 거로 어렴풋이 기억난다.
처음 보는 사람의 낯선 연주였지만 인상적이었다. 신촌 전체에서 축제였고 사람들은 여러 군데에 퍼져 있었어서 그 조그만 무대 앞에는 여남은 정도의 사람들만이 서서 연주를 들으며 보고 있었다. 연주와 연주 사이에 그 사람은 ufo가 어떻고 외계인이 어쩌고 하는 얘기를 해서 어리벙하게 만들더니 쌩한 반응과 모범적인 분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내 해맑게 연주에 몰입했다. 내가 있던 동안 노래는 부르지 않았는데 창작곡 연주는 좋았다. 저 정도면 내가 알 수도 있는 연주자일 텐데 좀 의아했다.
오늘 유튜브가 추천하는 동영상을 하나 봤다. 기타리스트 박주원이 다른 남자 둘과 나와 떠드는 건데 기타리스트 이중산이라는 사람이 그들 가운데 하나였다. 머리는 더 길었고 얼굴은 늙어 보였지만 보자 마자 오래 전 그가 떠올랐다. 무방비 상태에서 그 옛날의 기억이 바로 소환된 걸 보면 당시의 경험이 꽤 강렬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유튜브에서 그를 검색한 뒤 온몸으로 그것만이 내 세상이라 외치는 듯한 아래 동영상을 봤다.
그가 맞았다. 컴컴한 밤 초라한 무대에서의 몇 분을 20년 넘게 기억하게 할 만한 그의, 멋진 연주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