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비트가 거리의 시체를 치운 이유

그리고 큰 거리에서 그 시체를 들어다 어떤 헛간에 감추어 두었다.
공동번역 성서 토비트 2:4

다른 버전들에는 ‘치웠다’고 번역되어 있다.

나는 잔치 음식을 맛보지도 않고 그대로 둔 채 벌떡 일어나 그 주검을 광장에서 날라다가, 해가 진 다음에 묻으려고 어떤 방에 놓아 두었다.
한국천주교주교회 성경 같은 곳

I sprang to my feet, leaving the dinner untouched, carried the dead man from the square, and put him in one of the rooms until sundown, so that I might bury him.
New American Bible, ibid.

공동번역 성서의 오역이다. 그러나 문맥에는 맞는 번역이다.

지금 우리의 상식에 따르면 토비트는 바른 행동을 한 거다. 그 행위를 감출 이유가 없다. 하지만 아시리아에서는 달랐다.

On a stake they impale her and do not bury her;
an assyrian law code, morris jastrow, jr.

애를 밴 여자가 낙태를 하면 그 사람을 장대에 꽂아 죽이고 그 시체는 묻지 않는다는 흉측한 아시리아의 법문이다. impale이란 ‘찌른다’는 뜻인데 이게 형벌을 뜻할 땐 …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검색해 보면 사진들이 있는데 굳이 찾아보진 않기를 바란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건 사형을 집행한 방법이 아니라 시체를 매장하지 않는 부작위다.

No burial was the worst curse that could be imposed upon any one.
ibid.

위 조문에 대한 주석이다. 죄를 지은 사람의 영혼까지 저주하기 위해 일부러 그렇게 법으로 강제한 거란 뜻이다. 따라서 토비트가 시체를 묻어 주려고 치운 건 법을 어긴 거다.

… 전에도 저런 일 때문에 사형감으로 수배되어 달아난 적이 있는데, 또 저렇게 죽은 이들을 묻는구먼.”
토비트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