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션샤인에 나온 허난설헌의 채련곡
미스터 션샤인 15화를 보면 고애신 김태리의 독백으로 아름다운 시가 흐른다. 난설헌의 채련곡采蓮曲이다.
秋淨長湖碧玉流
荷花深處係蘭舟
逢郞隔水投蓮子
剛被人知半日羞가을 맑은 긴 호수에는 푸른 옥이 흐르니
연꽃 무리 깊은 곳에 목련으로 만든 예쁜 배를 매어 둔다
임 부르려 물 멀리 연밥을 던지나
남에게 들켜 반나절을 부끄러워한다惺所覆瓿藁 二十六, 許筠
극중에서는 난설헌시집의 표지가 나와서 위 시가 이 책에 수록되어 있는 거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이 책에는 이 시가 없다. 이 시는 동생 허균의 문집인 성소부부고에 담겨 있다. 이 문집에서 그는 이 시가 그녀의 작품이라 밝히지만 다른 많은 작품들처럼 중국 시인의 시를 조금 바꾼 거다.
그녀는 책을 낸 적이 없으므로 표절이라 할 순 없다. 그냥 습작 정도라고 하면 되겠다. 그런 걸 모르고 책으로 낸 허균의 무지가 문제라면 문제다.
극중에서는 더 서정적인 나태주 시인의 번역으로 나온다. 위의 번역은 원문에 충실하게 한 것일 뿐이다.
剛被의 해석이 어렵다. 원문에는 遥被라고 되어 있다. 被는 ‘피동사’의 ‘피’로 능동의 반대 뜻이다. 남이 아는 게 아니라 남에게 들켰다는 거다. 剛은 ‘굳세다’는 뜻인데 해석이 애매하다. 부사로는 ‘겨우’, ‘조금’, ‘바야흐로’ 등의 뜻을 가지나 어차피 원문에는 없던 글자라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간혹 난설헌시집을 난설헌집이라 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틀리다. 난설헌시집이 맞는 책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