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의 지나온 삶을 고려한 양형

미국의 위스컨신 주에서 니컬래이 뮤라는 사람이 무리 지어 자신을 괴롭히던 사람들을 칼로 찔러 죽이고 다치게 한 사건이 있었다. 이들은 강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뮤는 강에 빠진 휴대전화를 찾던 중 못된 무리와 다툼이 생긴다. 그 와중에 가지고 있던 스노클 장비까지 물에 빠트려 무리를 피해 현장을 떠나기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무시하고 피하려면 잃어버린 것들 모두를 포기해야 했다. 그렇게 다투다 마침 가지고 있던 조그만 휴대용 칼로 한 명을 죽이고 여럿을 다치게 했다. 당연히 정당한 방위라며 항변했다. 사건은 엉뚱하게도 피해자의 스마트폰에 모두 녹화되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은 피해자들을 비난하며 오히려 가해자인 뮤를 동정했다.

i mentioned these things to recognize that a fair and just sentence takes into account the complete person not just his worst acts at his lowest moment.
State of Wisconsin v. Nicolae Miu, 2024

비교적 가벼운 형인 20년의 징역을 선고하며 판사가 한 말이다. 미국에서 형사 사건은 저렇게 ‘정부 대 누구’라고 명명된다.

판사는 선고에 앞서 뮤의 지난 삶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범죄를 저지른 적 없고 마약을 투약한 적도 없고 전문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으며 경제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주변 사람들과도 잘 어울려 지낸다 등. 그러며 자신이 이러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정당한 판결이란 죄를 지은 사람의 삶에서 최악의 순간만 가지고 할 게 아니라 그의 삶 전체를 봐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라 설명한다.

나는 대학교에서 법을 전공했고 심지어 법철학은 최고 학점을 받았는데도 언뜻 보면 당연해 보이는 저런 법 해석이 낯설다. 우리 법은 저렇게 정하지 않고 있으며 법원도 저렇게까지 적극적인 해석은 하지 않기 때문이다.

제51조 (양형의 조건) 형을 정함에 있어서는 다음 사항을 참작하여야 한다.
1.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형법

우리 법도 판사로 하여금 형을 정할 때에는 입체적인 판단을 하도록 강제한다. 그러면서 성행이라는 일상에서는 접할 일 없는 표현을 쓴다. 대충 무슨 뜻인지는 짐작이 되는데 이게 위의 미국 판결에 나온 한 사람의 삶 전체를 뜻하는 걸까?

성품과 행실을 아울러 이르는 말.
성행, 표준국어대사전

아닌 거 같다. 더 찾아봤다.

제81조의6 (양형기준의 설정 등) ③ 위원회는 양형 기준을 설정ㆍ변경할 때 다음 각 호의 사항을 고려하여야 한다.
3. 피고인의 나이, 성품과 행실, 지능과 환경
법원조직법

‘진지한 반성’은 형법 제51조가 양형에 참작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조건인 ‘범행 후의 정황’ 및 ‘범인의 성행’이라는 양형 요소에도 해당합니다.
양형위원회

그리고 피고인들이 공소 외 2를 통하여 피해자들에게 취한 일련의 행위는, 비록 그 수단이 피해자들에게 직접적으로 행하여졌거나 명시적인 해악의 내용을 고지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공소 외 2를 통하여 조직 폭력배들의 불량한 성행, 경력 등을 이용하여 재물의 교부를 요구하고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요구에 응하지 아니할 때에는 부당한 불이익을 초래할 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위구심을 야기하게 한 것으로서 공갈죄의 구성 요건으로서의 해악의 고지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05. 7. 15. 선고 2004도1565 판결

원심은 피고인이 교도소에 수용되어 있던 사람으로 자신의 죗값을 치르고 자신의 성행을 교정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함에도 살인 범행을 저질렀음을 이유로 그 죄책을 매우 무겁게 보았다.
대법원 2023. 7. 13. 선고 2023도2043 판결

특정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위치 추적 전자 장치 부착에 관한 법률에 의한 전자 감시 제도는, 성폭력 범죄자의 재범 방지와 성행 교정을 통한 재사회화를 위하여 그의 행적을 추적하여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전자 장치를 신체에 부착하게 하는 부가적인 조치를 취함으로써 성폭력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함을 목적으로 하는 일종의 보안 처분이다.
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9도6061, 2009전도13 판결

아니다. 형을 정할 때 판단하는 기준인 성행이란 현재의 가치다. 누군가의 삶 전체 특히 과거를 교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그렇다고 우리 법원이 문제가 일어난 과정을 무시하는 건 아니다.

이상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정상적인 사람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피고인의 범행 동기나 수법, 범행의 전후 과정에서 보인 태도, 이 사건 당시 음주 정도 등에 더하여 피고인의 성장 배경·학력·가정 환경·사회 경력 등을 통하여 추단되는 피고인의 지능 정도와 인성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를 당시 자기 통제력이나 판단력, 사리 분별력이 저하된 어떤 심신 장애의 상태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드는 데다가, 피고인측에서 항소 이유로 이 사건 범행 당시 술에 만취되어 있었다는 것 외에 그 범행의 의미 등을 제대로 알지 못할 정도로 지능이 저하되어 있었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바라면, 원심으로서는 전문가에게 피고인의 정신 상태를 감정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과연 이 사건 범행 당시 피고인의 정신 상태에 어떤 장애는 없었던 것인지 여부, 즉 자신이 하는 행위의 옳고 그름과 사리를 변별하고 그 변별에 따라 행동을 제어하는 능력을 상실하였거나 그와 같은 능력이 미약해진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를 확실히 가려 보아야 하였을 터임에도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단지 주취 정도만을 따져본 다음, 피고인의 심신 장애에 관한 주장을 가벼이 배척하고 만 것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심신 장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경우에 해당한다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대법원 2002. 11. 8. 선고 2002도5109 판결

위와 같은 판결 말고도 죄를 지은 재벌에게 가벼운 형을 선고하며 그간 공동체에 기여한 바 운운하기도 한다. 위의 미국 판결처럼 전인격적인 판단은 하지 않지만 법조문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게 피고인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에서 지나온 사정을 고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