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사의 확장 – 명사화와 동사화

nominalization

‘the rich’처럼 형용사가 the와 함께 쓰일 수 있다는 건 학교에서 충분히 배운다. 하지만 아래와 같은 문장은 낯설다.

The bane of Britain’s great and powerful is a couple of inches long, has warty skin and a bright orange underbelly—and the power to disrupt some of their most heartfelt ambitions.
the wall street journal 2023-8-25

조그만 도롱뇽에 대한 기사다. 굵은 글꼴은 직역하면 ‘영국의 대단하고 힘센 사람들’이고 의역하면 영국 정부나 정책 입안자들을 뜻한다. 근데 모두 형용사들이라 문법적으로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감하다. 그냥 형용사도 명사처럼 쓰일 수 있다고 알면 된다. 이걸 명사화nominalization라 한다.

In linguistics, nominalization or nominalisation is the use of a word that is not a noun (e.g., a verb, an adjective or an adverb) as a noun, or as the head of a noun phrase.
nominalization, wikipedia

그런데 중요한 건 이렇게 명사화된 때에는 그 뜻이 달라진다는 거다. 위와 같이 그 의미가 확장된다. 구체적으로는 문맥에 따라 이해해야 하며 이 경우 복수로 취급해야 하는 것에 유의한다.

verbing

Trump Wants to ‘Blue Slip’ the Senate
the wall street journal 2025-8-25

blue slip은 명사다. 미국의 연방 상원이 연방 판사들에 대한 인사 청문회를 한 뒤 그 의견을 퍼런 종이에 작성한다. 연방 의회의 연방 법원 견제 장치다. 이를 비꼬아 대통령이 연방 상원을 견제하려 한다는 내용의 기사 제목이다.

위 문장에서 blue slip 앞에 to가 있으므로 blue slip은 동사구로 기능한다. 이를 verbing 또는 verbification이라 한다. 제목에서 허용되는 문법적 파격이며 기자는 따옴표를 이용해 양해 또는 이해의 편의를 구했다. 딱딱한 우리 언론과 달리 미국 언론에서 흔히 쓰이는 비유적/중의적 위트다.

위와 같은 동사화를 통해 표현을 간결하고 입체적이며 직관적으로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규범에서 벗어나는 정도가 명사화보다 심해 저학력적인 느낌을 주기 쉽다.

Verbification may have a bad reputation with some English users because it is such a potent source of neologisms.
conversion, wikip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