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한테 맞고 살지만 벗어날 수 없는 어머니
전에 자바스크립트를 공부하느라 내이버 지식인의 자바스크립트 관련 질문에 답변을 달고는 했다. 관련 질문을 보려는데 0. 몇 초 사이에 어떤 질문을 봤다. 가정 문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하는 거였다. 본능적으로 클릭을 했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자주 때리신단다. 성인인 질문자는 당연히 아버지를 투명 인간 취급하는데 다행히 아들인 자신에게는 손찌검을 하지 않는다 한다. 질문자는 어머니가 그 지옥 같은 집구석에서 벗어나게 하고 싶지만 어머니는 이미 지난 세월과 환경에 갇히어 새로운 삶을 찾으실 생각은 커녕 그렇게 맞고 사시면서도 질문자에게 최소한의 아버지 대우 좀 하면서 살라 하신단다. 아버지가 언제라도 질문자에게 손이라도 대면 질문자가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를 일촉즉발의 가정이다. 어머니를 봐서라도 좋게 좋게 맞춰 살아야 할지 아니면 무슨 수를 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게 질문의 취지다. 어려운 문제다.
짧지 않은 세월을 살면서 많은 갈등 상황을 겪어 온다. 많은 고민을 하고 얻은 지금 내가 옳다고 여기며 사는 삶의 지침이랄까 하는 게 있다.
애매할 땐 원칙대로.
많은 사람들은 폭행을 틀리게 이해하고 있다. 형법이 정하는 폭행은 인체나 그 주변 사물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를 말한다. 그러니 사람을 때리는 건 당연히 폭행이다. 그러나 때려서 맞은 부위가 벌겋게 부으면 이는 모세 혈관이 파열된 것으로 상해다. 진단서 끊으면 된다.
법학자들이 흔히 하는 말로 형법에서 제일 범하기 어려운 죄가 바로 단순 폭행이다. 이 죄가 구성되려면 피해자에게 아무 상처도 없어야 한다. 머리카락 잡아 뜯어도 상해다. 신체의 완전성이 손상되면 상해죄를 구성한다. 폭행은 그냥 밀치는 정도다. 그치만 이 정도로 형사 고소를 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니 폭행이란 실무에서 거의 볼 일이 없다. 게다가 이 죄는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도 없다. 이걸 반의사불벌죄라 한다.
하지만 상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상해는 친고죄도 반의사불벌죄도 아니다. 누구나 가해자를 형사 고발하여 처벌받게 할 수 있다. 상습 상해는 더 무겁게 처벌된다.
위 사례에서 원칙대로 하자면 질문자는 아버지를 형사 고발하고 하루 빨리 어머니를 따로 모신 뒤 정상적인 삶을 꾸리는 게 맞다. 쉽진 않겠지만 자신이 처한 상황이 범죄 현장이라는 걸 분명하게 인식하고 벗어나야 한다. 대부분의 옳은 길은 쉽지 않다. 이미 늦었지만 지금에라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일이 더 커지기 쉽다. 가족 사이의 살인 사건은 대부분 그 전에 상습 상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