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부죄거부권과 진술거부권의 관계
진술거부권은 많이들 알겠지만 자기부죄거부권自己負罪拒否權이란 말은 낯설 거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없는 말로서 강학상으로도 그렇게 많이 거론되지는 않는다. 죄가 없다는 不罪가 아니라 죄를 지었다는 의미의 負罪이다. 負는 ‘짊어진다’는 뜻이다. 자기부죄거부특권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권리가 원칙적으로 부정되어야 하는 건 아니므로 이걸 특권이라고 할 순 없다. 우리 법원도 그냥 자기부죄거부의 권리 또는 자기부죄거절의 권리라고 한다.
진술거부권은 자기부죄거부권에 속하는 권리다. 학교에서나 실무에서나 자기부죄거부권보다 널리 쓰이는 용어이자 개념이다. 문제는 대한민국헌법 제12조가 자기부죄거부권 가운데 ‘진술’만 특정하여 그 권리를 정하고 있다는 거다.
제12조 ②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
형사 절차에서 불리한 무언가를 강요당하지 않을 것을 진술로 한정하면 이런 문제들이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 등을 운전하는 사람이 술을 마셨는지 경찰이 확인하려고 측정기에 숨을 내쉬라고 할 때 이에 응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범죄 혐의를 증명하기 위해 수사기관이 스마트폰의 패스워드를 입력하라고 한 때 이에 응하는 ‘행위’를 하지 않는 거다. 여러 나라들의 법원은 대체로 전자는 위법하고 후자는 가능한 거로 본다. 현재 법무부장관인 한동훈도 채널a 이동재 기사 사건에 연루되어 수사를 받았는데 이때 아이폰을 압수당했지만 패스워드는 제공하지 않았다. 검찰은 그에 대해 무혐의를 처분했다.
더 나아가 이러한 권리를 수사 담당자 등이 행사하는 경우에도 인정할 것이냐도 문제가 된다. 위의 채널a 이동재 기자 사건에서 당시 한동훈은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흔히 검사장이라고 하지만 검사장은 아니고 검사장급이었음이었다. 단순하게 보면 이는 헌법이 정한 권리이므로 누구에게나 인정하는 게 맞을 거 같지만 범죄 혐의를 받는 경찰이나 검사가 수사기관을 상대로 수사에 응하지 않는다면 과연 이 사람이 다른 사람의 범죄를 수사하는 데에 있어 가오가 서겠냐 하는 사실적인 문제가 생긴다. 이에 대한 각국 법원들의 입장은 현재 통일되어 있지 않아서 수사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이 권리를 행사할 경우에는 면직한다는 입법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학계나 법조계로부터 통설적인 지지를 받지는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