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강사와 t 교수 – 먹물들의 웅덩이에 고인 물 같은 시간
학교는 졸업했으나 갈 곳은 없고 학문이나 예술상의 기적적인 사업이 하룻밤 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현상 타파의 마음을 굳게 해서 강철이나 불길을 사양치 않을 만한 용기를 제마다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보니 차를 사먹을 잔돈푼이 안즉 있는 동안에 이렇게 찻집에 와서는 웅덩이에 고인 물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김 강사와 t 교수, 유진오
어설픈 가방끈들의 삶은 예전에도 별다르지 않았나 보다.
1935년 신동아를 통해 발표된 짧은 소설이다. 유진오는 일제시대 법학자로 우리나라 첫 헌법을 만드는 데에 참여했다. 항일과 친일, 민주와 독재 사이에서 평생을 갈팡질팡한 지식인이었다. 삶 자체가 보여 주듯 오죽 많은 고민들을 하고 살았는지 글 묘사의 흡인력이 상당하다.
그 많은 생각들의 끝은 결국 친일 반민족 행위자라는 낙인으로 남는다. 생각이라는 게 참 … 아무리 많이 한다고 해도 늘 바른 답을 얻게 되는 건 아니다. 생각은 그저 기본이지 다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사람의 작품을 읽고 있다 보면 이문열의 그것들이 연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