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력난신의 역사
子不語怪力亂神
論語 述而
공자는 괴력난신을 부정했다는 말이다. 주희는 怪, 力, 亂, 神을 따로 해석하여 각각을 怪異, 用力, 悖亂, 鬼神이라 했다. 용력은 힘을 쓴다는 뜻으로 가치중립적인데 이걸 초월적인 힘이라고 이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좋지 않은 해석이다. 사량좌는 力을 덕에 반하는 개념으로 이해했다. 옳다.
然而帝王之將興也膺符命受圗籙必有以異於人者然後能乗大變握大噐成大業也
三國遺事 紀異
제왕은 부명에 응하고 도록을 받아 보통 사람과는 다르다는 뜻이다. 부명과 도록은 각각 하늘의 명령과 예언을 뜻한다. 공자는 기원전 500년 무렵의 사람이고 일연은 서기 1,200년 정도에 살았다. 1,700년이 지나도록 괴력난신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만약 네가 답을 하지 않거나 말을 돌리거나 입을 다물고 있거나 그냥 가 버린다면 네 머리가 일곱 조각 날 것이다.
디가 니까야, 암밧타 숫따 1.20.
불교는 괴력난신의 종교다. 부처가 제자들과 코살라라는 나라에 머물 때 그 나라에서 유명한 브라만이 제자를 보내 부처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고 오라 시켰다. 이 젊은 제자가 디가 니까야 암밧타 숫따의 주인공 암밧타다. 그는 부처 앞에서 예를 갖추지 않고 부처의 민족인 사캬 사람들은 천하다는 둥 하는 비난을 늘어놓았다. 부처는 뚜껑이 날아가 따져 물으며 야차인 금강수를 불러다 금강저로 암밧타의 머리를 깨려 했다.
부처의 저런 가르침을 따라 어리석었던 걸까? 아니다. 수백 년 뒤의 유학자들도 마찬가지였다.
흥미롭게도 세도가인 안동 김씨들은 18세기 말 19세기 초부터 오행에 따라 항렬을 만들고, 조선의 왕실은 고종 이후부터 오행에 따라 이름을 지었다.
소진형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선임연구원, 경향신문 2022-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