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식한 자가 어설프게 알면 화를 당한다 – 주역의 화천대유
주역 64괘의 이름은 경문에 나와 있지만 여기에 나온 이름과 달리 사람들은 흔히 별칭으로 부른다. 예를 들어 첫 괘인 ䷀는 경문에 乾이라 나와 있지만 대개는 건위천이나 중건천이라 한다. 그냥 ☰인 괘의 이름도 건이기 때문에 별칭으로 부르면 서로 구별하기 쉽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64괘들 가운데 좋은 거로 유명한 大有卦도 별칭을 갖는데 바로 火天大有다. 이는 卦畵의 구성이 ䷍ 즉 위에 불이 있고 아래에 하늘이 있기 때문이다. 이 괘는 그 이름 그대로 크게 있다 즉 대박을 뜻하는데 상괘인 ☲ 離卦는 불, 밝음, 해를 뜻하고 하괘인 ☰ 乾은 하늘을 의미하는 바 하늘에 해가 뜬 모습이다.
그렇다고 이 괘의 이름을 그대로 회사의 이름으로 쓴다는 건 마치 애가 부자 되라고 애 이름을 대박이라 짓는다거나 물개가 교미를 잘 한다고 물개의 성기를 잘라다 약으로 먹는 것 만큼이나 형이하학적이기 그지 없는 얕은 사고의 행태다. 특히나 화천이라는 이 괘가 갖는 커다란 의미는 하늘에 떠 있는 해가 밝게 세상의 옳고 그름을 비춘다는 건데 어설프게 괘 이름만 주워 듣고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천박하게 이용을 하니 마치 늙은 여자가 화장품 좋다는 건 알아 가지고 얼굴에 떡칠을 한 셈이다.
참고로 대유괘가 반대로 ䷣로 바뀌어 땅이 위로 가고 불이 아래로 가면 이는 明夷卦로 나쁜 괘다. 夷는 잘못됐다는 뜻으로 태양이 땅에 떨어진 셈이니 십익 가운데 하나인 단전에는 이를 두고 大難이라 설명한다. 아마도 범죄자들은 離가 아래로 가고 乾이 위로 가는 天火同人 ䷌을 바랬겠지만 이 또한 주역의 원리를 제대로 알지 못한 所致다.
주역은 변화의 철학이다. 아무리 좋은 괘라 해도 그 끝 효에서는 내리막길을 준비시킨다. 운 좋게 대박을 쳤다 해도 그 정도가 지나쳐 일찍 기울게 되면 明夷大難 하는 게 우주의 이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