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의 구조와 학습 방법
주역은 시초蓍草라는 풀의 가지 50개를 두 손으로 복잡하게 빼고 나누고 하여 얻은 64개 가운데 하나의 수를 점괘로 하여 그걸 풀이한 책이다. 한 사람이 쓴 게 아니라 긴 시간을 지나 여러 사람들이 더하고 뺀 뒤 남은 거다.
하나의 괘는 여섯 개의 효들로 이뤄진다. 하나의 효는 긴 작대기 하나 또는 중간에 잘라진 짧은 작대기들 둘 가운데 하나인데 이들을 각각 양효와 음효라 한다. 괘를 설명할 때 여섯 개의 효들을 둘로 나눠 위 세 개와 아래 세 개의 효들을 따로 괘로 취급하여 설명하기도 한다.
주역은 經文과 傳文으로 나뉜다. 이들을 각각 易經과 易傳으로 부르기도 한다. 전자에는 괘의 모양인 卦畵, 괘의 이름, 괘와 각 효에 대한 설명인 卦辭만 짧게 나와 있고 후자에는 이들에 대한 풀이가 되어 있다. 예를 들어 첫 괘인 乾卦의 경문 내용은 이렇다.
乾 元亨利貞
初九 潛龍勿用
九二 見龍在田 利見大人
…
따라서 하나의 괘에는 일곱 개의 설명이 있다. 그나마 괘사는 최소한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알 수 있게 되어 있는데 효사들은 이렇게 그저 의식의 흐름에 따른 자동 기술 같은 글들만 있으므로 이것만으로는 뭔 소린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후대의 사람들이 공자의 이름을 팔아 여기에 설명을 달았다. 이걸 전문이라 하며 더 유명한 이름으로는 십익이라 한다. 그러나 전문 역시 경문보다야 조금 나을 뿐 역시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이해하기 쉽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이게 공자의 작품이라 주장하는 이유다. 공자라는 이름을 팔지 않으면 도무지 대접을 받기가 쉽지 않은 글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왕필 같은 사람들이 여기에다 또 주석을 달았다. 그러니 주역을 제대로 공부하려면 괘사와 효사, 십익, 주석의 3단계 학습을 해야 한다.
참고로 九는 긴 작대기이고 六은 끊어진 작대기다. 위 효사들은 각각 아래로부터 첫 효와 둘째 효에 대한 설명들이다. 모두 긴 작대기들로 되어 있으므로 九라 칭한 거다.
주역의 가치는 우선 기가 막힌 영험으로 괘 하나를 뽑았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 괘사가 아무리 추상적으로 기술되어 있다 한들 최소한 좋은 소린지 나쁜 소린지는 알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런데 하나의 괘 안에서도 각 효에 따라 다시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한 설명들이 있어서 혼란스럽다. 그래서 주희는 하나의 괘에 달린 일곱 개의 설명들 가운데 어떤 걸 골라야 하는지 나름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이건 그야말로 하나의 의견일 뿐이다.
그래서 주역을 깊이 공부한 사람이라면 굳이 점서법으로 직접 괘를 만들지 않아도 각 상황에 맞는 괘를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고 그런 다음 괘효사가 주는 일깨움을 참고해 일의 향방을 결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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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에 맞는 괘를 구할 수 있다면 굳이 괘효사를 참고해 괘를 풀 필요도 없다. 상황이 어떤지를 모르니 점을 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