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합 우주론 block universe theory – 시간은 흐르지 않고 뭉쳐 있다
집합 우주론은 다중 우주론multiverse과는 다르다.
하나의 물체가 동시에 여러 곳에 존재할 수 있다는 건 2중 슬릿 실험으로 쉽게 확인된다. 단지 우리의 의식이 그들 가운데 하나의 현상에 머물 때 그 외의 물체들은 존재하지 않게 되는 거 뿐이다. 적어도 우리 의식 속에서는 그렇다. 우리 의식 밖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지금 내가 인식하는 나는 다른 차원 또는 우주 어딘가에 다른 모습으로 존재할 수도 있다는 게 다중 우주론이다.
이와 달리 집합 우주론은 위의 양자역학적 토대는 같이하면서도 단지 우리가 흔히 과거와 미래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지금 다른 차원에 존재하고 있다는 거다. 다중 우주론에 따르면 지금 내가 인식하는 나가 아닌 내가 있는 다른 세상으로 가 볼 수 있고 집합 우주론에 따르면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 다른 차원의 공간이냐 다른 차원의 시간이냐 하는 차이다.
집합 우주론은 운명론이고 다중 우주론은 아니다.
아인슈타인이 시/공의 불가분을 상대론적으로 증명하기 이전에 이미 고대 중국인들은 소박하게나마 시간과 공간은 분리되어 생각될 수 없는 것, 주역의 괘상 모양으로 착종錯綜되어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노자와 21세기 2, 김용옥
우리는 공간을 인식할 수 있지만 시간은 보거나 들을 수 없다. 시간은 관념의 대상일 뿐이다. 공간과 그 안 물체의 변화를 관념적으로 연속시켜서 시간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낸다. 흐르는 강물을 조각낼 수 없듯이 흐름은 곧 집합이다. 같은 논리로 시공간을 연속시키면 우리가 경험적으로 쉽게 받아들일 수는 없을지라도 시공간의 집합을 상상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