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 준괘 – 자기보다 못난 사람들 사이에서 견디기

䷂ 屯卦준괘는 주역 64괘 가운데 세 번째 괘다. 물 아래에 천둥이 있는 괘다. 屯은 주둔한다는 뜻으로 자주 쓰이며 둔으로 읽지만 괘를 뜻할 땐 준이라 읽으며 뜻도 달라진다. 태초와 험란 등의 뜻이다. 글 자체는 싹이 트려 하는데 흙이 위를 덮고 있는 모양이다. 그냥 대충 봐도 심란한 괘다.​

初九 즉 긴 작대기로 시작하는 첫 효를 小象傳은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雖磐桓 志行正也 以貴下賤 大得民也

머뭇거릴 수도 있을지언정 뜻을 바르게 행하며 귀한 몸으로 천한 것들의 아래로 낮추니 뭇사람들의 마음을 크게 얻는다.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한 무리에 들어가 보면 어중이떠중이들이 몰려 있게 마련이다. 개중엔 별 능력도 없이 어수선한 때 뽑혀 들어와 한 자리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조직이 슬슬 제 구실을 하며 자기보다 더 배우고 더 똑똑한 사람들이 들어오면 당연히 불안하고 예민해질 수 밖에 없는데 답답하더라도 이들 아래에서 자신의 귀함을 낮추고 있으면 다들 대놓고 드러내지는 않아도 그런 사람을 인정하게 된다.

​시작이란 그렇게 고통스러운 것이니 싹이 대지를 뚫고 대기와 물을 만나면 자신을 낮추고 때를 기다린 것에 보답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치만 그것도 싹이 제대로 된 것일 때나 그렇지 싹이 노란 조직에선 그냥 빨리 튀어나오는 게 상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