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두 – 곽효환
연두와 노란빛이 빨강과 자줏빛으로
익어가는 여름이 마침내
커다란 소쿠리에 가득 담긴 날이면
들보 아래 대청마루가 환하게 밝아졌다
자두는 紫桃 즉 보라색 복숭아에서 유래했지만 지금은 예쁜 우리말이다.
오래 전 살던 집의 마당에는 자두나무와 감나무가 있었다. 둘 모두 특별히 가꾸지 않아도 분에 넘치게 열매들을 맺었다. 지금도 내게 자두나무와 감나무는 고마움의 다른 말이다.
나는 과일들 가운데 자두가 제일 좋다. 맛없는 사과도 있고 맛없는 수박도 있지만 자두는 제때 따서 먹기만 하면 맛이 없는 법이 없다. 가지가 휘어지게 자두가 열려 몇 날 며칠을 자두로 배채웠던 시절의 기억이 너무 또렷해 지금은 비싼 값에 손이 머뭇거려 자두 맛을 보기 힘들다. 정말 그땐 시인네 대청마루마냥 내 얼굴도 마음도 밝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