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의식을 통한 도덕적 민족주의라는 망상
서강대학교의 임지현 교수가 주장하는 ‘희생자 의식 민족주의’를 나는 ‘희생자 의식을 통한 도덕적 민족주의’로 풀이하여 이해한다. 역사적으로 우리 민족은 다른 민족이나 나라를 핍박한 적이 없고 희생을 당한 적은 많다. 그러나 이런 사건들로 인해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건 말 그대로 우리는 국가적, 민족적 수준에서 볼 때 가학적이지 않아 왔다는 거뿐이지 우리 민족 자체가 도덕적이고 가학적이지 않은 dna를 품고 있다는 고결한 명제가 아니다. 우리는 단지 다른 민족이나 국가 전체를 상대로 하여 못살게 굴 능력과 기회가 적었을 뿐이다. 이고ego가 비집고 나갈 가는 틈이 생긴 때 인륜에 반하는 처참한 짓을 벌였던 건 우리 민족도 다른 나라나 민족과 별 다르지 않다.
베트남 사람들이 갈라져 싸우는 데에 가서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들을 노인 아이 가리지 않고 죽이고 온 건 우리 법원도 사실로 인정한 바다. 더욱 추악한 건, 이해하려는 마음을 극한으로 확장하여 나름 극단적 상황에 놓여 그런 이성이 무너진 행동을 했던 거라 치고라도 수 십 년 지난 지금에까지 거짓을 일삼고 있는 파렴치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아서 공동체의 일부는 동물만도 못한 말과 행동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런 언행을 지속적으로 지지하는 건 공동체 전부는 아니라도 상당 부분에 그런 습성이 있는 거다. 이를 입증하는 대표적인 예가 광주 학살 가해자들과 그 지지자들이다.
자신들의 과오가 이미 차고 넘쳐 파렴치한들을 정치적으로 압도할 능력이 부족했던 정치인들은 그저 살아남기 위해 용서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여 악인들과 타협해 왔다. 이들은 정의의 구현을 복수라 낮춰 부른다. 그 결과 광주에서 그 많은 사람을 죽인 자들이 지금도 군복을 입고 희생자들의 묘역에서 영혼들과 유가족들을 조롱한다. 일본 사람들과 별 다를 거 없다.
한반도가 둘로 나뉘어 전쟁을 하던 1950년 대전에서는 군과 경찰이 7천여 명의 사람들을 죽이고 골령골이라는 곳에 묻었다. 당시 정부는 희생자들이 김일성 정권에 부역하는 사람들일 거라 추정했다. 그게 학살의 이유였다. 우리 현대사의 이런 학살들을 역사 교과서에 전부 실으면 그 분량은 상당하고 가르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필요할 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골령골 학살에 대해서는 배우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한 채 여자들을 데려다 강간한 뒤 이를 역사 교과서에 싣지 않는 일본을 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