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 나오는 언어들 – 빠알리와 산스끄리뜨

부처가 살던 시절 사람들은 여러 지역에서 여러 언어들을 썼다. 산스끄리뜨도 이들 가운데 하나인데 주로 많이 배운 사람들이 썼다.

부처는 주로 마가다 왕국에서 활동했다. 부처가 죽은 뒤 제자들은 자신들이 쓰던 말로 암송하여 부처의 가르침을 보존하다 나중에는 빠알리로 바꿨다. 빠알리는 마가다 왕국의 언어와 비슷하다.

신약은 그리스어로 되어 있는 걸 번역했지만 예수는 당연히 그 말을 쓰지 않았다. 빠알리는 현재 사실상 死語이며 부처의 가르침을 공부하는 데에만 쓰인다. 그것이 빠알리로 결집되며 왜곡되었을 가능성은 예수가 썼던 아람어가 그리스어로 기록되며 변질되었을 가능성보다 작을 거다.

빠알리는 말만 있고 이를 기록하는 문자가 없다. 그래서 이걸 기록하기 위해 싱할라 문자를 썼다. pāli는 그 자체가 말이므로 굳이 빠알리어라 할 게 아니라 그냥 빠알리라 하면 된다. 예를 들어 aramaic는 english처럼 아람 사람과 아람 말 모두를 뜻하므로 이들을 구분하기 위해 아람어와 아람인을 따로 쓰지만 빠알리는 그렇지 않다.

산스끄리뜨는 말과 문자 모두를 의미한다. 따라서 산스끄리뜨어와 산스끄리뜨 문자를 구별하여 쓰는 게 맞다. 이들을 아울러 그냥 산스끄리뜨라 하면 된다.

빠알리는 산스끄리뜨의 단순한 형태로 보면 된다. 산스끄리뜨를 빠알리로 바꾸는 건 기계적으로 가능하지만 그 반대는 어렵다. 복잡한 걸 단순하게 표현하기는 비교적 쉽지만 단순한 걸 복잡하게 바꾸려면 경우의 수가 다양해지므로 변형이 일어나기 쉽다. 예를 들어 우리말의 다양한 형용사들을 영어로 번역할 땐 대충 비슷한 거 하나를 골라서 쓰게 되며 이 경우 의미의 소극적 왜곡만 일어나게 된다. 그러나 반대로 영어의 형용사 하나는 다양한 우리말로 표현이 가능하여 이 과정에서 원래 의미의 왜곡이 적극적으로 일어나기 쉽다.

빠알리는 산스끄리뜨보다 나중에 생긴 말이지만 부처의 가르침이 기록된 순서는 ‘마가다 말 > 빠알리 > 싱할라 문자 > 산스끄리뜨 문자 > 한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