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판 내로남불 더 월스트리트 저널 – 실리콘 밸리 은행 사태

어느 정부도 은행 예금이라고 제한 없이 보호할 수는 없다. 가능하지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fdicfederal deposit insurance corporation라는 공기업이 은행 예금을 보호한다. 물론 이 회사도 모든 예금을 보호하지는 않는다. 한 사람당, 한 은행당, 한 계좌당 $250,000까지만 보호한다.

COVERAGE LIMITS
The standard insurance amount is $250,000 per depositor, per insured bank, for each account ownership category.

그러나 silicon valley bank가 예금 엥꼬를 낸 뒤 미국 정부는 모든 예금을 보호하겠다고 했다. 그저 회사 하나가 멍청한 짓을 해서 망한 건데 그 회사의 채권자들을 납세자들이 낸 돈으로 정부가 보호하는 게 바른 일인가?

바이든은 대학생들이 등록금을 내기 위해 낸 빚을 탕감해 주려 한다. 전두환 손자인 전주원처럼 돈 많은 부모를 둔 학생들이라면 굳이 정부나 금융기관에 이자를 내 가며 빚을 얻어 학교에 다니진 않을 거다. 대학생들이 빌린 돈을 탕감해 주면 부의 양극화 정도를 완화하고 부를 재분배하는 효과가 생긴다. 이게 이 정책의 근거다. 물론 세부적으로는 평등하지 않은 부분이 있고 많은 비난들도 있다. 그러나 국가라는 공동체 수준에서 펼치는 정책은 애당초 완벽할 수 없다. 커다란 취지를 읽어야 하지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욕부터 하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 제일 앞에 있는 게 더 월 스트리트 저널이다.

더 월 스트리트 저널은 바이든 정부의 학자금 대출 탕감 내지는 상환 유예에 대해 하루가 멀다 하고 입에 게거품을 문 채 비난 칼럼들을 내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일어난 실리콘 밸리 은행 사태에 대해서는 무척 온화한 수준의 칼럼들이 나오고 있다. 대체로 이런 거다.

Policy Lessons From the Silicon Valley Bank Collapse
the wall street journal 2023. 3. 16.

실리콘 밸리 은행의 예금자들을 보호하지 않으면 공동체의 경제에 큰 타격으로 번질 수 있지만 대학생들이 경제적으로 힘겨워한다고 국가 경제가 휘청댈 우려는 적다. 그러나 만약 이러한 차이 때문에 은행에 많은 돈을 맡긴 사람과 은행으로부터 많은 돈을 빌린 사람을 다르게 대해야 한다면 이러한 구조를 악용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늘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