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밀가루 묻히지 않고 에어 프라이어로 빵 굽기
여기에서 말하는 빵은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온 우리가 흔히 말하는 빵이 아니라 바게뜨baguette나 깡빠뉴campagne와 비슷한 식사용 담백한 빵이다.
밀가루를 주원료로 하여 소금, 설탕, 버터, 효모 따위를 섞어 반죽하여 발효한 뒤에 불에 굽거나 찐 음식. 서양 사람들의 주 음식이다.
– 표준국어대사전
동네 빵가게들을 보면 하루 지난 바게뜨나 깡빠뉴를 4천 원 정도 받고 파는 곳들이 허다하다. 그나마 크지도 않아서 바게뜨의 경우 프랑스 규격에 미치지 못한다. 아래의 방법으로 만들면 이런 것들보다 훨씬 맛있고 돈도 적게 든다. 밀가루 150g을 기준으로 하는데 이 정도면 밥 한 공기의 탄수화물과 비슷하다. 밀가루는 아무거나 제일 싼 거로 쓰면 되는데 보통 수퍼마켓에서 1kg에 2천 원 정도 한다. 효모도 쿠팡에서 몇 천 원 주면 되는데 한번 사면 냉동실에 두고 몇 년은 먹는다.
왠만하면 0.1g 단위의 전자 저울과 스크래이퍼는 사자. 저녁 식사 뒤에 시작한다.
1. 2~3리터 되는 플래스틱 용기에 상온의 물 120ml와 효모 1.5g을 넣고 효모 입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저어 녹인다.
2. 밀가루 150g을 넣고 그 위에 소금 3g을 넣는다.
3. 밥주걱으로 대충 반죽하다가 스크래이퍼로 용기의 옆과 바닥에 묻은 것들을 정리한다.
4. 상온에서 30~60분 둔 뒤 스크래이퍼를 이용하여 반죽을 사방으로 접어 준다. 두세 번 반복한다.
5. 냉장고에 넣고 다음 날까지 숙성시킨다.
6. 스물 네 시간은 넘기지 않고 다음 날 시간 날 때 꺼내 모양을 잡는다. 넙적하게 살살 편 뒤 접는 작업을 두세 번 하며 안에 있는 개스를 뺀다. 안 그러면 폭탄 빵 된다. 플래스틱 용기가 보통 직사각형이니까 조금 길쭉하게 만든 다음에 플래스틱 용기로 덮는다.
7. 30~60분에 반죽이 적당히 커지고 퍼지면 에어 프라이어 통 바닥에 물을 조금 넣고 용기 바닥에 기름을 충분히 바른 뒤 반죽을 넣는다. 칼집coupe은 넣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예쁘게 구워지지는 않는다.
8. 예열하지 않고 최고 온도로 20분 구운 뒤 뒤집어서 5분 더 굽는다. 연속해서 구울 거면 예열한 뒤 구워야 매번 비슷한 결과물을 만들 수 있지만 한 번만 구울 거면 예열하지 않아도 된다.
9. 다 구워지면 꺼내서 젓가락 같은 걸 그릇에 걸쳐 놓은 뒤 얹어 허공에 띄워서 식힌다. 그러지 않으면 바닥에 습기 찬다.
10. 적당히 식으면 비닐 봉지에 넣어 냉장고에 보관한다.
11. 먹을 땐 적당히 덩어리 모양으로 잘라서 전자 레인지에 넣고 20초 데우면 촉촉하고 말랑해진다. 이 상태에서 에어 프라이어에 단면을 아래로 해서 넣고 최고 온도로 3분 데우면 겉바속촉이 된다.
이렇게 저온 숙성하여 설탕, 버터, 우유 없이 만든 빵은 싸구려 밀가루를 써도 속에서 부대끼지 않는다. 위염을 달고 사는 사람이 아침 빈속에 먹어도 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