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고 있는 우리 공동체의 의료 체계
의사들은 현재 우리 공동체에서 가장 큰 문제 조직이다. 트럭 운전사들이나 타워 크래인 조종사들이 며칠 일을 하지 않는다고 사회가 중대한 위기에 놓이지는 않지만 의사들이 파업을 하면 죽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위험에 처하게 된다.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일수록 더 잘 뭉친다. 못 배우고 가진 거 적은 사람들의 경우 선거일에 놀러 가거나 계급을 배반하고 엉뚱한 사람들을 찍는 경향이 크다. 이렇게 물리적으로 적은 수의 의사들은 공동체 전체를 자신들의 이익에 휘둘리게 할 수 있다.
의사들이 부족하다. 우리 의료 체계는 감기 환자나 충치가 있는 사람에게나 좋지 고치기 어려운 병에 걸리거나 크게 다친 사람에게는 생지옥이나 다름 없다. 오죽하면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다른 데도 아닌 병원 안에서 응급 상황에 놓였는데도 치료를 받지 못하고 죽었을까. 인간은 자신의 권력이 강해질수록 윤리 의식은 약해지게 마련이다. 사고 당시 응급 수술을 할 수 있었던 의사 둘이 모두 병원에 없었다. 동네 고기집에서도 써빙 직원 둘을 한꺼번에 휴가 보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원 둘이 같은 날 쉬겠다고 하는 건 자르던지 말던지 거기 말고도 일할 데가 많다는 소리다. 공동체에 의사들의 수가 부족한 상태가 계속될수록 이들의 직업 윤리는 이렇게 더욱 저열해질 거다.
특히 당시 의사들이 일제히 자리를 비운 이유가 업무 목적의 학회·출장이라고 알려져 왔으나, 실제로는 통상적인 여름휴가로 파악돼 병원의 인력 운용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더 팩트 2022. 8. 5.
의사가 해야 할 수술의 일부 또는 상당 부분을 간호사들이 하고 있다. 심지어 처방도 한다. 당연히 법을 어긴 무면허 의료 행위다. 그 덕에 의사들이 할 일들은 줄어들고 병원은 더 적은 의사들로도 돌아간다.
수술실은 의사가 수술의 핵심만 맡고, A씨와 동료들이 ‘그 외 나머지’를 맡는 식으로 굴러갔다.
– 주간경향 2023. 3. 5.
수술실에 캐머러를 설치하자는 사람들이 많지만 의사들은 반대하고 있다. cctv를 통해 수술실이 공개되면 위와 같은 불법행위가 낱낱이 드러나던지 간호사들이 하던 일을 오롯이 의사들이 도맡아서 하던지 해야 한다. 그러나 공개적으로 이런 이유를 들어 폐쇄회로 tv 설치를 반대하는 의사는 물론 없다.
암 덩어리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혈관이라도 터지면 수술 시야는 금세 시뻘건 피가 분출하며 흥건히 뒤덮이게 된다. 그리되면 집도의는 즉시 출혈 부위를 찾아 지혈해 가면서 암 조직을 신속하고 안전하게 제거하는 수술을 이어나가게 된다. 그런데 만일 그 장면이 CCTV에 기록된다면 분쟁에 휘말릴 염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소장, 매일경제 2021. 7. 16.
수술 장면을 공개하면 안 된다는 주장의 근거가 고작 시뻘건 피가 튀어 보이면 의사가 분쟁에 휘말리게 될 거라는 대한의사협회의 논리다.
우리 공동체의 의료 체계는 무너지고 있다. 내 주변 대부분의 사람들은 국민건강보험료 말고도 민간 보험회사에 따로 의료 보험료를 내고 있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 보장수준은 65.3%로, 일본 83.4%, 독일 85.1%, 프랑스 84.7%, 네덜란드 84.9% 등 주요 선진국보다 턱없이 낮다.
– 신영전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한겨레 2023. 1. 17.
그렇다고 저들을 비난만 하는 건 의미가 없다. 어차피 누구나 제 욕심을 위해 산다. 공동체는 공동체대로 대응하면 된다. 그러나 현재의 유권자 일반의 의식 수준으로는 가능할지 모르겠다. 윤석열 같은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고 이재명 같은 사람을 다음 대통령으로 만들려고 하니 말이다.
최근 두 명의 일본 총리들에 대해 연달아 테러 시도가 있었다. 그 가운데 한 번은 성공하여 죽였다. 약자가 강자에 저항하려면 서로 힘을 합치면 된다. 하지만 지금 돌아가는 꼴을 보면 요원遙遠하다.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다른 효율적인 방법은 테러다. 소수의 피할 수 없는 희생이 필요하다는 결정적인 단점이 있지만 이거만 극복하면 꽤 강력한 수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