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결권 자문 기관의 판단이 대단한 건 아니다 – kt 윤경림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위원회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스튜어드쉽 작동’을 언급하면서 KT는 긴장감에 휩쌓였다.
파이낸셜 뉴스 2023. 2. 28.

kt 이사회가 윤경림을 대표이사 후보로 뽑으니 윤석열이 국민연금을 통해 그가 선임되는 것을 막겠다고 암시했다. 이를 두고 정부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많다. 그러면서 외국의 의결권 자문기관들이 윤경림을 지지한다는 보도도 많이 나왔다.

세계적인 주주 의결권 자문기관 글래스루이스가 오는 31일 KT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들에게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내정된 윤경림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에 대한 ‘찬성표’를 권고했다.
경향신문 2023. 3. 14.

블랙록이 2022년 운용한 자산이 8조 6천억 달러 정도 된다. 우리 돈으로는 1경 원이 넘어서 계산하기도 힘들다. 그러니 세계적으로 얼마나 많은 회사들에 투자를 하겠는가? 매니저들이 주주총회에 쫓아다니는 거 자체가 물리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특히 kt처럼 조그만 회사의 경우엔 더욱 그렇다. 우리나라에서는 암만 큰 회사라도 삼성전자를 빼고는 세계적으로 보면 그냥 구멍가게 수준들이다. 블랙록 같은 회사들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참고로 애플 시가 총액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의 두 배 정도다.

그렇다고 투자한 회사에서 중요한 결정을 한다는데 가만 있기도 뭐하니 형식적으로 투표는 하는데 안건의 세부적인 내용이야 알 리가 없고 알 바도 아니다. 그러니 보통은 proxy advisory라는 회사들이 추천해 주는 대로 따라 한다. 이런 회사들을 흔히 ‘의결권 자문 기관’이라고 번역하며 이런 회사들로는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나 글래쓰 루이쓰glass lewis가 유명하다. 이들 두 회사는 시장의 상당 부분을 과점하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자문을 받는 회사들 사이의 이익이 서로 충돌하기도 하며 워낙에 많은 회사들을 상대로 하다 보니 자세히 분석하는 게 물리적으로도 힘들다. 조그만 회사 꺼는 대충 분석할 수밖에 없고 lg화학 물적 분할에 찬성했던 사례도 그런 경우로 의심된다.

이들의 이런 영업 행태에 대해서는 미국에서도 문제로 보는 시선들이 많다.

On Thursday the House Financial Services Committee will shine a much-needed spotlight on these firms and their conflicted business models. … Yet Glass Lewis and ISS, both foreign-owned, boast outsize clout in U.S. corporate elections and make up an estimated 97% of the proxy advisory market.
the wall street journal 2023. 7. 13.

최근 현대모비스 분할합병 건은 의결권 자문회사들의 영향력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동시에 그들의 자문 서비스의 질에 대한 시장의 염려가 드러나는 계기도 되었다. 이런 점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 규제당국이 전방위적으로 조사한 의결권 자문시장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 즉, 의결권 자문회사들은 자문과정에서 상당한 이해상충에 노출되어 있고, 수 십 만 건의 의안을 단시간 분석해야 하는 업무의 성격으로 인해 분석과정의 오류가 빈번하며, 자문 방법론 또한 불투명한 블랙박스라는 지적은 우리에게도 투영될 수 있다.
국내 의결권 자문회사의 신뢰성 제고 방향, 송홍선, 자본시장포커스 2018. 6. 12.

그러니 글래쓰 루이쓰가 윤경림이 대표이사 되는 걸 지지했다는 거를 그가 대표이사 되는 게 주주들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사실적 근거로 보기에는 논거가 빈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