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기아차를 고소한 미국 지방자치단체들의 억지 주장
몇 해 전 차에 내비개이터를 설치해 둔 채로 미국의 샌 프랜씨스코 거리에 밤새 차를 세워 뒀었다. 그 지역은 시내였어서 내가 묵은 여관에는 주차 공간이 넉넉하지 않았다. 밤 늦게 돌아온 나는 어쩔 수 없이 길가에 주차를 했다. 다음 날 아침 운전석 유리창은 깨져 있었고 몇 푼 되지도 않던 내비개이터는 도둑 맞았다.
자동차 열쇠 없이 쉽게 시동을 걸 수 있는 현대차와 기아차를 훔치는 사람들이 미국에서 늘고 있다. 이를 두고 소비자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않는다며 이들 제조사들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있다.
It’s nice to hear progressive cities say they care about crime, but how about targeting the criminals rather than what they steal?
– the wall street journal 2023. 5. 16.
이런 사태를 두고 죄를 지은 사람들이 나쁜 거지 도둑질 당하는 물건을 만든 회사를 비난하는 게 옳은가 되묻는 기사다. 이쪽 말을 들으면 이쪽 말이 맞는 거 같고 저쪽 말을 들으면 저쪽 말이 맞는 거 같다. 그래서 오래 전 기억을 소환해 봤다. 내가 차에 내비개이터를 보이게 두지 않았다면 내 차는 무사했을 거다. 인과관계는 분명히 인정된다. 그럼 차에 내비개이터를 둔 내가 잘못한 건가? 현대차와 기아차의 문제는 차 열쇠 없이 usb 캐이블만으로도 시동을 걸 수 있다는 거다. 따라서 차를 훔치려면 유리창을 깨고 그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이 행동은 적극적인 재물 손괴이자 절도의 예비다. 차가 컨버터블이라면 모를까 그렇지도 않은데 이런 범죄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제조사에 묻는 건 옳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