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팁 관행에 대해 알려지지 않은 것
미국에서 써비쓰를 이용할 때 주는 팁은 번거롭고 성가시고 부담스럽다. 근데 이는 팁 관행이 거의 없는 우리 공동체 구성원들에게만 그런 게 아닌 모양이다. 미국에서도 이러한 관행에 대한 공동체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 거 같다.
독일어로는 ‘트링크겔트’(Trinkgeld), 프랑스어로는 ‘푸르부아르’(pourboire), 에스파냐어로는 ‘프로피나’(propina)가 영어의 팁에 해당하는데, 이들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술 한잔할 소량의 돈’이란 뜻을 지니고 있다. 독일어는 ‘마시다’와 ‘돈’의 합성어이고, 프랑스어는 ‘마시기 위하여’라는 뜻을 지니고 있으며, 에스파냐어는 ‘술을 마시다’라는 라틴어의 직접 영향을 받았다. 이런 표현들은 서양 중세 때 주막이나 객관 등에서 손님이 시중드는 하인에게 술 한잔 사고는 그 값을 그곳 주인에게 지불하는 관습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나아가 상류 계층 사람들이 하인들에게 자신의 너그러움을 나타내기 위해 술 한잔할 정도의 돈을 주는 일반적 관습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었다.
– 김용석, 철학자, 한겨레 2023. 9. 26.
팁은 대가가 아니라 시혜다. 그런데 미국에서의 팁은 임금을 갈음한다. 즉 묘하게 형성된 관계를 통해 대가가 되는 셈이다.
The proposal, which Mayor Brandon Johnson is expected to sign, would require many of Chicago’s approximately 7,000 restaurants to drop a longstanding system allowing tips to make up part of servers’ hourly wages.
– the wall street jounal 2023. 10. 4.
미국에서의 팁 관행은 결국 사용자를 위한 거고 최저 임금 보장에 대한 자본가 계급의 저항을 무마하기 위한 거다. 논리적으로나 현상적으로나 왜곡된 것이며 왜곡된 질서는 장기적으로 저항을 피할 수 없다. 우선 시카고에서 그 저항이 구체적으로 시작될 모양이다. 써비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받는 팁은 근로 계약으로 정한 임금에 포함시키지 못하게 하는 법안이 곧 시행될 거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더 큰 임금 비용을 부담해야겠지만 손님들에게 팁을 강요할 필요가 없어짐에 따라 공급 가격이 낮아질 여지가 생겨 매출은 늘어나게 될 수 있다.
우리 공동체에서는 팁을 임금에 포함시키는 게 당연히 불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