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오역 – master a scepticism

어려운 부분이라 그런지 번역을 하지 않고 건너뛰어 버렸다. 이렇게 유명한 작품을 번역하는 사람으로서 자존심이란 게 있기는 한 건지 의문스럽다.

… but I doubt if even Miss Baker, who seemed to have mastered a certain hardy scepticism, was able utterly to put this fifth guest’s shrill metallic urgency out of mind.
… 그러나 베이커 양마저 그 전화벨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궁금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문장 자체는 어렵지 않다. 근데 번역을 해 놓고 보면 말이 되지 않는다. 딱딱하게 번역을 해 보면 아래와 같다.

배이커 씨는 무언가를 의심하는 데에는 도가 튼 아가씨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다섯 번째 손님이 자꾸 걸어 오는 신경 쓰이는 전화 벨 소리에는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을 거 같았다.

이상하다. skeptical한 것과 무언가에 집착하는 건 서로 다른 영역의 개념이다.

1. Having, or expressing doubt; questioning.
skeptical, wiktionary

skeptical은 흔히 ‘회의적’이라 번역한다. 무언가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위 문장은 배이커 씨가 계속 걸려 오는 전화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걸 묘사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녀는 무언가에 회의적이라기 보다는 무관심한 사람이어야 하는 게 맥락에 맞다. 그깟것에는 별 관심도 없는 아가씨지만 유독 그 전화에 대해서만은 날카롭게 반응하고 있는 거 같다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핏제럴드가 skepticism의 의미를 틀리게 쓴 거라고 의심하는 게 합리적이다.

여기에서 다섯 번째 손님이란 자꾸 전화를 걸어 오는 누군지 알 수 없는 사람이다. 물론 작품에서는 예상이 대충 가능한 누군가다. 현장에는 네 명이 있기 때문에 다섯 번째 손님이라고 표현한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