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법계의 형평법과 형평법원

영미법 하면 보통법, 보편법, 관습법 등으로 번역되는 common law다. 대륙법계와 본질적으로 다른 점은 특정 사건에 대한 판결이 같은 심급 이하의 다른 사건을 기속한다는 거다. 우리 법체계에서 판결은 해당 사건에 대해서만 구체적인 영향을 주며 다른 사건들에 대해서는 추상적인 기능만 한다. 예를 들어 서울고등법원 재판부는 판단을 하는 데에 있어 부산 고등법원의 기존 판결을 참고는 할지언정 그 선례에 구속되지는 않는다.

이러한 보편법 체계는 구체적 타당성이라는 관점에서 공백이 생긴다. 특정 사건에 완전하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상태에서 결론에 이른 판결이 유사한 보편적 사건에도 들어맞기를 바라기는 힘들다.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게 형평법이다. 이걸 equity라고 하는데 이 단어는 회계 용어로는 자기자본, 금융에서는 보통주, 공정 등의 서로 연관성 없어 보이는 다양한 뜻을 갖는 어려운 낱말이다. 법에서는 형평’법’을 뜻하므로 따로 equity ‘law’라고 하지는 않는다.

형평법을 관할하는 법원을 형평법원, court of chancery 또는 court of equity라 한다. 낯선 단어들의 출몰이 점입가경이다. 이 법원의 재판장은 chancellor라고 하는데 이건 독일의 수상을 일컫기도 한다.

The Court of Chancery was a court of equity in England and Wales that followed a set of loose rules to avoid a slow pace of change and possible harshness (or “inequity”) of the common law.
Court of Chancery, wikipedia

그러나 이러한 연원적 의미는 많이 희석되어 지금은 형사 아닌 재산, 신탁, 계약 등에 대한 분쟁을 관할하며 그나마도 징벌이나 손해의 배상 등을 판결하지는 않고 계약상의 작위나 부작위 즉 이행해라 말아라를 명하는 판결의 형태를 취한다. 현재 일론 머스크와 트위터의 분쟁이 델라웨어 형평법원에 계류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