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innocent)와 유죄 아님(not guilty)의 차이

형사소송법 제325조 (무죄의 판결)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는 판결로써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

이 條는 기술적으로 틀리므로 개정되어야 한다. 검찰이 범죄가 되지 않는 사건을 기소하였다면 기각 결정이나 면소 판결 등으로 처리하는 방향이 맞을 듯하다. 피고인의 무죄는 추정되므로 굳이 선고까지 할 필요는 없다. 합리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의심beyond a reasonable doubt은 들지만 이를 완전히 걷어 낼 정도의 입증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무죄가 아닌 유죄 아님을 선고하는 게 맞다. 영미법계에서는 이렇게 하고 있다.

참고로 반증으로 그 효과를 다툴 수 있는 게 추정이다. 이와 달리 반증이 있어도 그 효과를 다툴 수 없는 것을 의제라고 하며 법문에서는 ‘본다’고 표현된다. [94다52751] 예를 들어 민법 제28조에 따라 실종선고를 받은 자를 사망한 것으로 보게 되는 때가 있는데 설령 사망 의제된 사람이 살아 돌아와도 실종선고의 효력이 바로 사라지는 건 아니며 그 취소의 절차를 따라야 한다.

이러한 의제는 오래전에는 간주看做라고 했는데 내가 대학교에서 공부를 하던 당시 토오쿄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오신 물권법 교수님께서는 이게 일본식 한자라서 ‘본다’로 순화했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일본 사람들도 이 단어를 쓰지는 않고 見做라고 한다. 看이고 見이고가 문제가 아니라 做가 관건이다. 흔히 ‘지을 주’라고 하는 이 글자는 作의 속자로서 ‘만든다’는 뜻이다. 간주라고 하면 한자들만으로는 그 의미가 직관적으로 와닿지는 않는다. 국립국어원은 이게 어려운 한자라서 순화한다고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