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상적인 교리적 질문을 뛰어넘은 종교적 삶이란
순조롭던 교리문답은 ‘동정녀 마리아가 예수를 낳았다’는 것을 믿느냐는 질문에서 꼬였다. 여배우는 믿을 수 없다고 부정했다. 교리문답은 민망하게 끝나버렸다. 어찌 보면 건강한 심성의 여배우였다.
– 서정일 명필름랩 교수, 경향신문 2023. 4. 28.
필자가 교회에 다니기 시작하여 교리 문답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우연히 거기 활동을 멈췄던 어느 여자 배우가 있었다 한다. 건강한 마음을 가진 사람과 외롭고 원한을 지닌 사람들에 대한 칼럼이다.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학교를 다니며 자취를 하던 시절 집 근처에 천주교회가 있었다. 사방이 캄캄하던 시절 한두 번 나가 봤다가 예비자 교리에까지 참석하게 되었다. 거기에선 내 양심에 비추어 기꺼이 그렇다고 할 수 없는 질문들을 계속해서 던지고 답을 강요했다. 한 달 정도 교리 과정에 나갔는데 더 이상은 교리 과정도 그 교회 자체에도 다닐 수 없었다.
시간이 한참 흘러 학교를 마치고 본가로 돌아온 뒤 나는 마침 집 근처에 있던 조그만 성공회 교회를 나가게 됐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던 삶은 여전했다. 여긴 꽤 오래 열심히 다녔는데 나는 세례 받기를 거부했고 성찬식에는 나 혼자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혼자 뒤에 앉아 있었다. 그런 내게 아무도 이래라 저래라 참견하지 않았다. 아직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고 결혼을 하게 되었다. 성공회는 서울주교좌성당이라는 아름다운 교회를 가지고 있다. 부부가 될 사람 둘이 모두 성공회 교인이고 세례를 받으면 그 교회에서 결혼을 할 수 있었다. 처가 될 사람은 그러자고 했지만 나는 이미 천주교에서 경험했던 게 있어서 거부했다. 결국 우린 그 교회 아닌 곳에서 결혼을 했고 사제와 동료 교인들은 아쉬워하셨다. 그 후 아내는 성공회에서 혼자 세례를 받았다. 성찬식에는 아내 혼자 참석했고 난 여전히 혼자 뒤에 앉아 있었다.
그건 엄밀히 말하면 고집은 아니었고 나는 단지 맹신하기 싫었고 내가 아니다 여긴 거에 내가 취하는 이익의 대가로 굴복하기 싫었다. 그걸 나 스스로 건강한 마음이라고 생각했던 적은 없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해 주는 사람도 있으니 고마울 뿐이다.
이후 난 나의 전처보다 더 기독교적인 삶을 살고 있다. 성서를 열심히 공부했고 그 안에 묵묵하게 흐르는 가르침을 이해했고 그에 맞게 살려 노력하고 있다. 예비자 교리, 교리 문답 과정을 마쳤는지 세례를 받았는지 받지 않았는지는 중요한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