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녹색정의당 사라진 원내 진보정당
나는 민주노동당의 당원이었고 진보신당의 그것이었고 정의당의 그것이었다. 내가 진보적인 노동자였기 때문이 아니라 나는 법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정당의 공직 선거 후보자는 당원이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나 전국구 국회의원 선거에 나서는 후보자는 전국의 당원이 결정할 일이고 지역구에서 나올 사람들은 지구당원들이 선거로 뽑아야 한다. 예나 지금이나 커다란 두 개의 정당들은 공천이라는 걸 당원들의 추인을 받았으니 당연한 거라 여기며 지역의 당원들도 유권자도 잘 모르는 사람들을 꽂아 넣는다. 이른바 전략 공천이라는 거다.
류호정이 국회의원이 된 그 선거 직전에 나는 정의당을 나왔다. 그 선거에서 정의당은 처음으로 비례대표 후보자를 정하는 데에 당원 아닌 사람들에게 투표 권한을 줬다. 정확하게 이때부터 정의당은 내리막으로 들어섰다.
노회찬이 뇌물을 먹고 염치를 지키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때 당시 대표였던 이정미는 정당하게 법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드루킹 사건을 수사하던 허익범 특별검사를 탓하며 복수하겠다고 했다. 복수는 커녕 그녀는 이후 어떤 공직 선거에서도 당선되지 못했다.
이렇게 내리막길에서 가속도가 붙기 시작한 뒤에는 망해 가는 집안에서 흔히 그렇듯 온갖 헛발질들을 계속 했다. 그리고 어제 선거로 모든 의석들을 잃었다.
운동도 공부도 트레이딩도 마찬가지다. 한번 스텝이 꼬이면 마음은 조급해지고 동작은 과격해지게 마련이다. 그러면 악순환은 연속된다. 어느 지점에서는 멈춰 호흡을 가다듬으며 예전에 좋았던 때의 루틴을 되새겨야 한다.
우리 공동체에서 여자로 사는 문제나 기후의 변화는 물론 관심을 둬야 하는 문제들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목표가 아닌 바른 정치 활동의 결과들이다. 정의당이 제일 찬란했던 시절은 단번에 열 명의 국회의원을 냈던 민주노동당 때였다. 그때 우리는 노동자들에게 집중했다. 지금은 다른가? 전국에 수 많은 편의점 노동자들 가운데 과연 몇이나 근로기준법이 정한 휴게시간을 챙기고 있을까. 중소기업에서 연장 근로를 하고 가산된 임금을 제대로 받는 노동자들이 몇이나 될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가는 강하다. 노동자들이 모여 힘을 합해 정당한 대우를 받으면 공동체는 건강해진다. 공동체가 건강해지면 여자도 장애인도 성적 소수자도 젊은이도 동물들도 공정하게 누리며 살게 된다. 그리고 우리의 땅과 하늘도 제 모습을 찾을 수 있게 되리라 믿는다.
정부를 심판하는 건 우리의 할 일이 아니다. 예수는 로마서에서 바울로의 입을 빌어 선으로 악을 이기라 했다. 우리가 좋은 정당이 되면 잘못된 정부는 저절로 심판된다.
결과를 알면서도 외면하듯 담담하게 눌러 찍고 나왔다. 전라도와 경상도를 기반으로 하는 저 커다란 범죄자들의 정당 둘로는 우리 공동체가 제대로 굴러갈 수 없다. 지금은 멸문지화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길지 않은 시간 뒤에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정당은 그게 진보정당이든 아니든 반드시 지금의 수모를 이겨내고 다시 원내로 당당하게 들어설 거다. 우리 공동체에 그 정도의 자생력은 있다.
고생 많이 하셨다고 우리는 반드시 다시 일어설 거라고 말씀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