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탠더드에 미치지 못하는 우리 노동 환경

평소 병을 앓고 있지 않던 노동자가 로젠택배 터미널에서 밤새 일을 하다 죽었다. 15분 동안 식사를 하고 일을 시작하자마자 쓰러졌고 그렇게 떠났다고 한다. 이 회사의 노동자들은 길바닥에 앉아서 식사를 한다.

국제노동기구 핵심 협약

국제노동기구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ILO라는 게 있다. 국제연합은 그 밑에 여러 기구agency, body들을 두고 있는데 이들 가운데 특히 전문기구spcialized agency라는 이름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들이 있다. 국제통화기금, 세계은행그룹, 세계보건기구 등이 그렇다. 국제노동기구 역시 그들 가운데 하나다. 당연히 우리 공동체도 이 기구의 회원국이다.

ilo는 협약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에 관련된 보편적 기준을 만든다. 이러한 협약 내용을 각 나라의 정부가 비준하고 의회가 동의하면 국내법으로서 기능을 한다. 물론 안타깝게도 그 내용을 그대로 수용할 수 있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형편이 여의치 않아 회원국임에도 일부는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라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lo는 핵심 협약fundamental conventions이라는 이름으로 어느 공동체에서라도 최소한으로는 지켜야 할 사항들을 많지도 않은 여덟 개로 따로 정해 놨다. 핵심 협약보다 구속력이 약한 것으로 권고recommendation도 있긴 하지만 우리에겐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우리 국회는 핵심 협약에 대한 비준조차도 전부 동의하지는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국내총생산이 세계 10위다. 이 정도면 먹고 살기 힘들다고 핵심 협약을 비준하지 않을 게 아니라 권고까지도 받아들여야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외교부 장관을 한 강경화는 작년에 ilo의 사무총장을 하겠다고 출마했다. 厚顔無恥. 상판이 두꺼워 부끄러운 걸 모른다는 뜻이다. 그 과정에서 국고 5억 원 정도를 썼는데 56명이 표결하는 1차 투표에서 네 표를 2차 투표에서는 두 표를 얻었다. 참고로 우리 국회가 비준 동의하지 않고 있는 ilo의 휴가 관련 협약에 따르면 휴가는 1년에 최단 3주가 주어져야 하며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휴가 가운데 2주는 연속되어야 하고 임금 등으로 휴가를 보상하고 일을 시키는 건 허용되지 않는다. [C132 – Holidays with Pay Convention (Revised)]

모호한 고용 관계

화물연대본부가 업무를 중단하여 시끄러웠더. 물건을 출하하는 공장과 계약을 맺고 지휘와 감독을 받으며 지속적으로 화물을 나르는 사람의 노동자로서의 위치와 지위가 음식점 주인의 그것과 같을 수는 없다. 이 본부의 구성원들에게 근로기준법에 따른 노동자의 지위는 없지만 이들은 이 법이 정하는 노동 관계의 상당 부분에 해당되는 일을 하고 있다. 이러한 고용 관계를 흔히 특수 고용 관계라 하는데 우리 법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므로 법적 용어는 아니다. 국제노동기구는 이를 모호한 고용 관계ambiguous employment relationship라 하며 일반적인 노동자에 준하여 보호하도록 하고 있다.

ilo의 핵심 협약에 따르면 노동자와 사용자는 차별 없이 단체를 조직하여 가입할 권리를 갖는다. [C087 – Freedom of Association and Protection of the Right to Organise Convention, Article 2] 근로기준법에 따른 노동자이어야만 결사結社의 자유를 갖는 건 당연히 아니다. 회원국은 고용 관계에 대해 가급적 넓게 인정해야 하며 그 존재를 법적으로 추정(legal presumption)해야 한다. [R198 – Employment Relationship Recommendation, II. DETERMINATION OF THE EXISTENCE OF AN EMPLOYMENT RELATIONSHIP, 11.]

파견 근로자의 쟁의권

노동자를 파견하여 일을 시키는 경우 해당 노동자를 파견 근로자, 근로자를 고용하여 특정 사업장에 파견한 사용자를 파견 사업주, 해당 사업장의 사용자를 사용 사업주라 한다. [파견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우리 공동체에서는 파견 근로자가 노동 관계에서 사실상 사용자 역할을 하는 사용 사업주를 상대로 쟁의 행위를 할 수 없어서 문제다.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national labor relations board라는 연방 기구의 권고로 위 경우 파견 근로 계약상의 사용자와, 실제로 일을 하는 사업장의 사용자 모두를 법적 사용자로 보게 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바람직한 입법 방향이다. 노동자에게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는 건 단순히 노동자들에 대한 배려에 그치지 않고 공동체의 경쟁력을 키우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