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술의 힘을 믿는다
나의 부모는 걸핏하면 욕하고 때렸다. 임윤찬의 연주를 듣다 문득 생각이 났다. 나는 50년을 넘게 살면서 어떻게 정신이 회까닥하지도 않고 교정시설에 갇힐 정도로 공동체에 해를 끼치지도 않았을까.
내 부모는 모두 사회생활을 했어서 나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요즘 애들마냥 뺑뺑이를 돌아야 했다. 주산, 컴퓨터, 태권도, 쿵후, 검도, 유도 그리고 피아노, 미술까지. 다행히도 부모는 내가 학원이든 도장이든 나가기만 해 준다면 뭐를 고르든 그거만큼은 내가 할 수 있게 해 줬다.
수많았던 일탈의 갈림길에서도 본능적으로 잠시 숨을 고르고 나를 바라볼 수 있었던 건 지금 생각해 보면 성장기에 교육받은 예체능의 덕이 아니었나 싶다. 저렇게 아름다운 연주를 하는 사람의 의식이 다소 괴팍할 수는 있겠지만 악할 거라고는 상상하기 어렵다.
친하게 지내는 친구 둘이 있는게 그 가운데 한 친구의 아들이 고등학생이 된 몇 달 만에 제도권 교육에 적응하지 못하고 그만뒀다. 다른 친구의 아이들도 그리 순탄한 학교 생활을 하는 거 같지는 않다.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묻는다. 애들 예술 교육은 혹시 시키고 있느냐고. 다들 먹고 살 만한데도 예체능 교육은 시키지 않고 공부 학원에만 보내는 모양이다.
얼마 전에는 직장에서 동료가 지나칠 정도로 다른 동료에게 화를 냈다. 그녀의 화가 적당히 식은 거처럼 보인 때 마음을 좀 가라앉혀 보라며 조성진의 라벨 연주 링크를 카카오톡으로 보내 줬다. 10여분 뒤 답장이 왔다. 어느 부분을 좋아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내게 그나마 주어졌던 자유를 만끽하느라 나는 싫증이 나면 이 학원 저 도장을 옮겨 다녔다. 그 아무 데서도 나는 재능을 찾지 못했고 그래서 지금까지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건 없지만 사람의 몸을 단련하는 거 아름다운 것들을 보고 듣는 거에 남들보다 조금은 더 민감할 수 있다는 거 참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