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단체 급식을 부정한다

음식 사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그랬다. 지금은 어지간하면 해 먹는다. 당연히 맛은 없다. 외식을 무슨 취미인 양 하는 사람들을 보면 한 달이라도 음식점에서 일해 보라 하고 싶다. 얼마나 낮은 품질의 재료로 더럽게 대충 만들며 또 설거지는 어떻게 하여 그릇들을 말리는지. 대충 계산해 봐도 좋은 재료로 성의를 가지고 만들어 깨끗한 그릇들에 담아서 팔려면 두당 2만 원 정도는 받아야 할 거다. 그 밑으로는 그냥 오래 먹으면 암 걸리는 것들이라 보면 대충 맞다.

하지만 이런 외식업체의 조리 실태도 단체 급식장에 비하면 양반이다. 100명 정도에게 한꺼번에 식사를 제공한다는 건 거의 군사 작전에 버금간다. 그나마 군대에서는 식기라도 각자 씻고 음식도 형편 없으니 가능한 거다. 집에서 하면 그래도 콩나물을 5초에서 10초는 물에 씻을 테지만 단체 급식 조리를 할 때에는 그냥 물에 넣어다 빼기만 해도 잘 하는 거다. 아무리 시중의 잔뼈 굵은 음식점에서도 동시에 손님들이 몰려들면 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특히 학교 단체 급식은 천 명 넘게도 거의 동시에 해내야 한다. 할 수 없는 걸 어거지로 하게 하면 보이지 않는 데에서 문제가 생기게 마련이다.

유튜브를 보면 철 모르는 사람들이 서양의 학교 급식과 우리의 그것을 비교하며 국뽕에 취해 있는 걸 쉽게 접한다. 역시 난 이런 사람들에게 학교 급식실에서 하루라도 일해 보라고 권하는 바이다. 얼마나 우리 공동체가 최저 임금 노동자들을 갈아 넣으며 돌아가고 있는지 뼈저리게 깨달을 거다. 서양의 많은 학교들이 좋은 급식을 제공할 줄 몰라서 못 하는 게 아니다. 이게 가능하려면 우선 노동 시장이 개판이라는 전제가 되어야 한다. 성숙한 공동체의 노동 시장에서는 양질의 단체 급식이란 애당초 물리적으로 구현 불가능한 일이다.

단체 급식장의 노동자들은 힘들다. 몸과 마음이 모두 무너지지만 그나마 하겠다는 사람들이 적기 때문에 나만 버틸 수만 있다면 안정적인 직장이긴 하다. 내쫓길 일이 없다. 그러니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견디는 거다. 그런 사람들의 마음이 즐거울 리 없다. 의식엔 부정적인 생각과 화만 가득한 게 당연하다. 그런 사람들이 만들어 자식들에게 먹이는 식사가 바닷가재인들 건강할 리 없다. 누군가의 고통이 고스란히 담겨 차고 넘치는 음식이다. 그러니 제 자식 밥 안 해 먹여서 편하다는 어리석은 생각은 버리고 공동체가 돌아가는 구조를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