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의 인정 범위와 책임
public figure 개념은 미국에서 먼저 연구되었다. 주로 명예 훼손 즉 defamation의 인정 범위에 대한 문제였다. 우리 공동체에서는 다르다. 명예 훼손 수인 한도에 더해 사생활의 보호 범위와 도덕성의 요구 정도도 문제된다.
공인성은 법으로 규정되지 않아 미국이나 우리나 법원의 판결로 개념화된다. 이 말은 달리 표현하면 구체적 사안에 따라 그 타당한 정도를 판단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여러 법적 문제와 결부된 공인성은 무척 간단하게 규정할 수 있다. 유명하여 본인과 그 주변 사람들이 얻는 이익의 정도와 그러한 이익을 스스로 원했는지를 살펴보면 된다.
예를 들어 정치인, 연예인, 운동 선수, 유튜버 등은 스스로 유명해지기를 원하며 유명해져서 이익을 얻는 사람들이다. 이에 더해 그 주변 사람들 역시 이들로 인해 이익을 얻는다. 그 가족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보통 사람들에 의해 사생활이 덜 보호되며 이는 이들이 유명해져서 생기는 본질적인 급부이므로 이들은 이 문제를 감수해야 하는 게 타당하다.
좀 더 자세히 살펴 보면 정치와 연예의 영역은 좀 다르다. 전자는 이해와 가치관이 충돌하는 장이지만 후자는 그저 즐기는 그것이다. 따라서 전자의 경우에서 이익을 취할 사람들은 명예 훼손의 가능성을 높게 예정해야 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연예인이나 운동 선수라고 명예 훼손의 수인 한도를 높게 잡아야 할 논리는 없다.
도덕성은 유명한 정도와 관계가 없다. 따라서 공인이라 하여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고 더 엄격한 시비의 잣대를 대서는 안 된다. 공인들이 공동체에서 갖는 가치는 도덕성을 비롯하여 다양한 모습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그 수준이 매겨지게 마련이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거나 구체적으로 원하지 않았는데도 유명해지는 경우를 예외적으로 생각해 봐야 한다. 저명한 학자들이 그렇다. 이런 경우 공인성은 완전히 부정될 수는 없지만 최소한으로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