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게 학교와 학원을 오간다고 성적이 오를까

내가 전에 일하던 회사에 대학교 1학년 학생과 대학교 입학을 앞뒀던 고등학생이 파트 타이머로 일을 하러 왔다. 겨울 방학 때였다.

대학생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여 동료와 관리자들의 애를 태웠다. 일은 중학교만 졸업했으면 무리 없이 할 수 있는 단순한 육체 노동이었다. 동료들의 삶에 관심을 두지 않는 나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말았다. 어느 날 같이 식사를 하는데 다른 동료가 그 친구에게 전공이 뭐냐고 물었다. 전기 자동차라고 했다. 미적분은 할 줄 아냐고 내가 물으니 모른다고 했다. 미적분도 못하는데 대학교에 들어갈 수 있냐고 물으니 그렇댄다.

고딩은 회사에서 담배를 피웠다. 역시 그런가 보다 했는데 같이 식사를 하며 다른 직원이 그에게 물었다. 학생이 술 마시고 담배 피우고 그러냐고. 그러니 그 학생이 대뜸 그래도 공부는 잘 한다고 하는 거였다. 나는 속으로 저 친구는 저래도 서울대학교에 들어갔나 보다 했다. 말을 꺼낸 직원이 그 학생에게 어느 대학교에 입학하냐 물었다. 그 학생은 건국대학교라 했다.

수학능력시험에 사회적인 통념을 넘어설 정도로 문제적인 문제들이 출제되어 세상이 시끄러웠다. 아마도 많은 어른들은 나 땐 그러지 않았는데 요새 학생들 참 고생이 많다고 측은해했을 거다.

작년 서울대학교가 자연계열 신입생들에게 수학 시험을 치르게 했더니 40% 넘는 학생들이 제대로 수업을 소화할 수 없을 정도의 낮은 실력이었다고 한다.

어떻게든 세상이 굴러가는 게 신기하다.

올해 서울대 이공계·의약계열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수학 성취도 시험에서 정규 수업을 들을 수 없을 정도의 ‘학력 미달’ 성적을 받은 학생이 4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대학신문 2023. 5.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