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 + 3인칭 주어로 시작하는 특이한 문장 형태

이소룡이 나오는 용쟁호투라는 유명한 영화가 있다. 영어 이름은 enter the dragon이다. 이게 무슨 뜻일까? 쉬운 단어들이지만 무척 어려운 구조다.

Even Californians are beginning to revolt against the high costs of their government’s forced net-zero emissions march. Enter the Biden Energy Department, which on Tuesday
announced a $15 billion loan guarantee for Pacific Gas & Electric Co. to keep down the state’s electric rates.
– the wall street journal 2024. 12. 19.

같은 구조다. 동사인 enter 원형 뒤에 주어가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려 하니 돈만 더 들어 캘리포니어 사람들이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이러니 바이든 정부가 개스와 전기 공급 업체에 보조금을 줘서 사람들에게 부과되는 금액을 낮추려 한다는 내용의 기사다.

중학교 수준에서 배우는 영어 문법에 따르면 위의 문장들은 동사 원형으로 시작하니 명령문이다. 하지만 명령문에는 주어가 없어야 하는데 위 문장들에서 enter의 주체는 그 뒤에 오는 명사들로서 주어다. 동사 원형 + 3인칭 주어의 형태다. 이를 두고 3인칭 명령문이라 설명하는 사전들이 있다.

2.연극
[3인칭 명령법] 등장하라
Enter Hamlet. 햄릿 등장.
– 프라임 영한사전

틀린 설명이다.

buyer beware

위의 문장은 법률이나 유통에서 흔히 나오는 표현으로 구매자 위험 부담 원칙이라는 뜻이다. 마치 3인칭인 buyer에게 주의하라는 명령을 하는 거처럼 보이지만 아니다. 영어에 3인칭 명령문이란 없다. 위 문장은 앞에 let the가 생략된 거다. let으로 시작하는 명령문도 결국은 you에게 하는 명령문이다. you let the buyer beware를 변형한 것으로 let 뒤에 오는 동사를 제3자로 하여금 하도록 당신이 하라는 거다. 그나마 명사 + 동사 원형으로 enter + 명사와 순서도 다르다.

5
a: to come onstage —usually used in the subjunctive as a stage direction
enter Hamlet reading
b: to come into a preestablished situation or context like an actor coming onstage —usually used in the subjunctive
enter the new principal with her radical ideas
merriam-webster dictionary

enter the dragon이란 연극이나 영화의 지문으로 용 등장이라는 뜻이다. 우리가 흔히 지문을 명령으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위의 설명에서 가정법이 거론된 거에는 신경쓰지 않는 게 좋다. 가정의 의미를 말하는 게 아니라 동사의 원형이 쓰였다는 걸 설명하기 위한 거다. 우리는 학교에서 배울 때 가정법이라고 하면 과거 현재 미래로 복잡하게 따지지만 영어로 subjunctive라 하면 대개는 동사의 원형이 쓰인 용례를 가리킨다.

위의 기사는 위 설명의 b에 해당한다. 기사의 앞 문장은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상황에 대한 설명으로 위 사전 설명에서 preestablished situation에 해당한다. 이걸 지문처럼 번역하여 바이든 정부 등장 이러면 웃겨진다. ‘불만이 가득한 와중에 바이든 정부가 등장한다’처럼 번역하면 자연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