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초등학생 김하늘을 죽인 사람의 마음을 생각한다 – 무서운 우울증
1. 근심스럽거나 답답하여 활기가 없음.
2. 심리 반성과 공상이 따르는 가벼운 슬픔.
– 우울, 표준국어대사전
우울증은 저렇게 느끼는 증상이 아니다. 우울증을 저렇게 사전적으로 알려 들면 김하늘 사건을 이해할 수 없다.
한 달 정도 우울증을 앓은 적이 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괴로운 느낌이 지속됐다. 멀쩡하게 일상 생활을 하다가 문득 멀리서 먹구름이 몰려오는 거처럼 그 느낌은 엄습했다. 그럼 몇 시간 나는 내가 아닌 내가 되는 거 같았다. 아 또 시작이다 하고 낌새가 느껴지면 두려웠다. 분명한 건 그게 위의 사전에 나온 거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거였다. 병원에 가 봐야 하나 고민하다 문득 혹시 하는 생각에 우울증에 대한 논문들을 찾아봤다.
평소 삶의 무게에 힘겨워하는 지인에게 우울증을 앓아 본 적이 있냐고 물으니 자기는 우울증이 뭔지 정확히 잘 모르겠다고 한다. 그 말이 정답이다. 우울증은 정확하게 이거다 하고 규정하기 어려운 장애다. 그래서 임상에서는 여러 설문들을 통해 점수를 매겨 판단한다. 나는 우울증이었다.
40년을 훌쩍 넘어 잘 살다가 왜 갑자기 이런 증상이 나타났을까 생각해 봤다. 그러고 보니 오래 전에도 드물게 잠깐씩 그런 경험이 있었던 걸 알 수 있었다. 그땐 그게 우울증인지도 몰랐고 하루 잠깐 그러다 말다 그랬었던 기억이 났다. 이렇게 생활에 지장이 갈 정도로 집중적이고 오래 간 건 처음이었다. 원인은 술이었다. 당시 견디기 힘든 일이 있었어서 저녁 식사를 매일 술로 때웠다. 한 달 정도를 속 버리면서 그렇게 사니 그런 증상이 왔던 거였다. 다행히 술을 끊으니 며칠 뒤 우울증은 사라졌다.
안도했다. 만약 심한 환자들처럼 몇 년을 그렇게 살았다면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웠을 거라는 걸 뚜렷하게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우울증이라는 게 죽고 사는 문제일 수도 있는 거구나라는 걸 알게 됐다.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절대로 알 수 있는 게 아니다. 경험적 관념적으로는 설명할 수도 이해시킬 수도 없는 고통이다. 노래 가사처럼 가슴에 멍이 든 것도 아니고 가슴이 뻥 뚫린 것도 아니고 그야말로 사전에도 없는 말이지만 가슴이 멍뚫린 거 같아진다.
말없이 건네주고 달아난 차가운 손 … 멍뚫린 내 가슴에 서러움이 물들면 …
– 편지, 어니언스
문제는 우울증이 공격성을 수반하는 경우가 흔하다는 거다. 이런 걸 이해하고 공감할 수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거다. 차라리 다행인 사람들이다.
살인자를 두둔할 생각은 없다. 단지 스스로 죽는 데에 실패한 그녀가 남은 생을 감옥 안에서 우울증과 또 싸워야 할 걸 생각하니 마음이 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