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성불할 수 없다는 틀린 주장
여자는 성불할 수 없다는 사람들이 있다.
여러 불교 경전에서 여성의 몸으로는 성불을 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경향신문 2024-3-27
뭔 경전을 읽기는 정말 읽었는지 모르겠다. 틀린 주장이다.
우선 성불이 뭘 말하는 건지부터 따져 봐야 한다. 얼핏 보면 부처가 된다는 말 같다. 그럼 붓다는 뭘 일컫는 건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부처는 작은 의미의 붓다 즉 싯닷타 고따마siddhattha gotama를 뜻한다. 인도 사람들도 서양 사람들처럼 이름이 앞에 오고 성이 뒤에 온다. 영어권 에서는 흔히 gautama buddha라고 한다. gautama는 산스끄리뜨로 표기한 걸 영어식으로 바꾼 거다.
위 기사에서 말하는 성불이란 누군가가 고마타가 된다는 뜻은 물론 아니다. 넓은 의미의 부처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넓은 의미의 붓다가 된다는 건 어느 경지에 이르러야 되는 걸까? 흔히 말하는 깨달으면 되는 건가? 그럼 깨닫는다는 건 뭔가? 고타마가 말로 가르쳐 놓은 걸 기록한 니까야에 보면 복잡하게 나온다.
니까야에는 고따마를 가리켜 아라한이라 칭하는 부분들이 많다. 근데 아라한이 최상의 경지를 뜻하는 건 아니다. 니까야에는 ‘완전한’ 열반이라는 표현들이 자주 나온다. 즉 완전하지 않은 열반도 있다는 말이다. 부처는 열반에 여덟 단계가 있다고 했다. 제일 높은 8단계에 이르면 아라한 즉 완전한 열반에 이른 자가 된다. 따라서 부처도 아라한인 거다. 그런데 모든 아라한들이 부처인 건 아니다.
삭까가 말했다. ” … 한 세상에 완전하게 깨달은 사람이 동시에 두 분 난다는 건 가능하지 않습니다. …
디가 니까야, 마하고윈다 숫따 14.
하나의 세계에 두 분 이상의 부처님이 출현하지 않는다는 것이 초기불교의 정설이다.
디가니까야, 주석 396, 각묵 스님
내게는 한 무리의 제자들이 있는데 그 수는 1,250명이며 이들은 모두 아라한이다.
디가 니까야, 마하빠다나 숫따 1. 10.
아라한들은 여럿 있을 수 있는데 이들 가운데 한 세상에 한 명만 있을 수 있는 게 붓다다. 至尊無上 無上士다. 당연히 스승도 없으니 스스로 도에 든 사람이다.
다시 처음의 문제로 돌아가면 이제 답을 내릴 수 있다. 성불은 부처가 되는 게 아니라 아라한이 되는 거로 보는 게 맞다. 불자들 사이에는 흔히들 성불하십시오라는 덕담을 주고 받는다. 지금 부처 하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여자든 남자든 부처가 될래야 될 수가 없다. 성불하라는 말이 부처가 되라는 말이라면 지금 마침 부처가 없는 시절이니 얼른 당신이 세상에 유일무이한 그 부처가 되시오라는 뜻이어야 할 텐데 실제로 그런 생각을 하면 성불을 말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 따라서 너두 나두 모두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말에서 부처는 실은 아라한인 거다.
그럼 여자는 아라한이 될 수 없다고 경전이 전한다는 말인가?
높으신 아난다께서 부처에게 다가가 경의를 표한 뒤 곁에 앉아 여쭈었다. “부처님 … 속가 여제자인 수자따와 …가 죽었는데 이들은 어떻게 됩니까?” “아난다야 … 속가 여제자 수자따는 세 개의 족쇄들을 모두 멸하였으므로 흐름에 오른 자預流者 a Stream-Winner가 되었다. 다시는 비탄에 빠지지 않게 되어 완전한 열반에 이르렀다.
디가 니까야, 마하빠리닙바나 2.7
부처는 성별을 가리지 않고 제자로 거두었다. 남자 출가 제자를 빅쿠bhikkhu라 하고 여자 출가 제자를 빅쿠니bhikkhunī라 한다. 각각 한자로 비구比丘와 비구니比丘尼라 옮긴다. 비구니들에게는 지켜야 할 계율을 더 많이 내리긴 했지만 위에 보듯이 심지어 속가 제자조차도 남녀를 가리지 않고 아라한이 될 수 있었다. 즉 성불을 할 수 있었다.